▲ 김 의 경 목사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의 아프고 슬픈 일은 모두 사라지고, 기쁘고 행복한 일들만 넘치는 2018년이 되길 소망한다. 올해는 무엇보다 사랑의 2018년이 되길 바란다.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는 나눔과 섬김의 사랑이 온 천하에 흘러넘쳐 강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새해부터 가슴이 먹먹하지만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는 사연이 알려 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꿈 많은 23세의 청년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고, 그 부모가 사고 보상금을 평소 이 청년이 기부하기를 원했던 연탄배달 봉사단체에 전달했다.

이 청년은 지난해 11월 해양전문가를 꿈꾸며 대형 컨테이너선의 항해사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해양대를 갓 졸업해 취업한 뒤 2번째 승선한 배에서 하역 작업 중 불의의 추락 사고를 당한 것이다. 평소 열심히 일하고 따뜻한 성품으로 선후배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청년이기에 그의 죽음은 더욱 안타까웠다.

그로부터 두 달 후인 이달 9일 부산연탄은행에 청년의 아버지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다. 아들이 매월 2만원씩을 기부하기를 원했는데, 매달 2만원씩 빠져나가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아들 보상금에서 500만원을 보낸다는 이야기였다. 아들의 죽음의 슬픔이 가슴을 억누르지만 생전 아들의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부산연탄은행은 이 기부금으로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따뜻한 밥상을 대접하고, 연탄을 나눠주는 동시에 기부금 일부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교복 지원 사업에도 보탤 예정이다.

언뜻 생각하기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아버지는 주저하지 않았다. 사실 작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청년과 아버지의 선택을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오히려 나눔과 섬김보다는 세상을 원망하면서 울부짖었을지 모른다. 간혹 1만원이나 2만원의 기부금 신청서를 보면서 ‘나나 도와주지 누굴 도와줘’라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기도 한다. 그만큼 이 땅은 나눔과 섬김에 있어서 인색하다. 세상이 그만큼 살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나눔과 섬김의 방법을 잘 몰라서 일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누면 나눌수록 섬기면 섬길수록 사랑의 눈덩이는 커지는 것이다. 이는 단지 한 사람의 삶의 질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지만, 넓게 보면 나라 전체를 변화시키는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 낸다.

비록 죽음을 맞았지만 이 청년과 애끓는 아버지가 보여준 나눔과 섬김은 우리로 하여금 사랑을 어떻게 실천에 옮기는지 그대로 보여준 대목이다. 나눔과 섬김은 돈의 액수의 크기에 따라서 달라지지 않는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얼마가 됐든, 언제가 됐든,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향해 아낌없이 나누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 나눔은 곧 큰 사랑으로 타올라 가난과 굶주림, 불평등, 차별로 고통당하는 우리 이웃들에게 돈보다 더 귀한 가치를 전해 준다. 바로 삶에 대한 희망의 불꽃을 타오르게 만든다.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기대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또 다른 이웃과 나누는 놀라운 역사가 일어난다. 이런 점에서 꽃다운 나이의 청년이 죽음 속에서도 보여준 나눔과 섬김이 ‘나비효과’가 되어 대한민국 곳곳에서 나눔과 섬김의 돌풍을 불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2018년은 하나님이 보우하시는 이 땅의 모든 이들이 아픔과 슬픔의 고통이 없는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다시 한 번 소망한다. 나눔과 소망의 훈풍이 전국 방방곡곡 어디서나 불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예장 열린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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