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경 목사.

한반도에 평화의 훈풍이 불고 있다.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 남과 북으로 나뉘어 분단의 아픔을 겪은 지 얼마 만에 느껴보는 평화의 바람인지 모른다.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의 분단의 고통을 가엾이 여기셔서 남과 북을 하나로 합치게 만드시려는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이 남북 정전협정은 물론, 한반도 평화통일의 단초를 놓는 역사적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촉발된 남과 북의 평화 무드는 한 때 “북한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에 자칫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릴 뻔 했다. 평화를 향한 열망 대신 진보와 보수의 틀 안에 넣어 ‘거짓 평화’라고 외치며, 남과 북의 정상회담 자체를 가재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단지 기우에 불과했다.

작금의 상황은 180도 달라진듯하다. 세계는 작디작은 한반도의 평화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핫라인 설치, 확성기 사용 금지 등 연일 남과 북이 평화를 위해 보이고 있는 행동은 평화를 향한 염원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단순히 남과 북의 관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까지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세계의 관심은 한반도에 쏠려 있다. 이 정상들의 만남이 작게는 동북아 평화 정세에서 크게는 전 세계의 평화 분위기를 재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꼭 성공해서 모두가 납득할 만한 성과를 올리기를 기원한다. 우선은 북한이 말한 대로 핵 폐기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단지 핵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의 평화 무드를 깨트리는 핵무기 자체를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은 북한이 잠정적으로 핵 폐기를 할 수 있도록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뒷받침하는 조건을 내걸 수 있다. 물론 북한이 핵 폐기를 기정사실화 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핵 폐기와 함께 인권문제에도 눈을 뜨길 바란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가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은 대량살생 무기 생산을 줄이는 대신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핵 폐기가 선결되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폐기할 때 국제사회에서도 북한에 취한 경제 제제 등을 풀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주민들을 위한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남과 북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의식을 극대화하길 바란다. 사실 남과 북은 한민족이지만, 반대로 이웃보다 못한 관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은 미국, 일본과 북은 중국, 러시아와 서로 파트너십을 맺으며, 서로를 향해 날선 비판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남과 북이 비록 지형적 분단을 겪고 있으나, 점진적 평화통일을 위한 한민족 위상 되찾기를 바란다. 그것이 평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자, 세계 만반에 한반도의 기상을 드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남과 북의 관계가 빙하가 녹듯이 풀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도 평화의 훈풍에 장단을 맞추길 바란다. 교회가 진보와 보수의 이념 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오직 평화를 향한 일련의 행동들이 헛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남과 북의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동시에, 여전히 가난과 굶주림에 고통을 당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또 온갖 핍박과 억압 속에서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북한교회를 위해서도 두 손 모아 기도해야 한다. 두 번 다시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둘로 갈려 암흑을 거닐던 한반도가 평화의 꽃길만 걷길 기대한다.

예장 열린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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