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자들, “추수감사절은 제국주의 산물”
교계 일각선 “고유 명철 추석으로 대체” 주장도

 11월 18일 추수감사주일을 앞두고 교계 일각에서 현재 한국교회가 지키고 있는 추수감사절이 제국주의의 산물이며, 한국적 토양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매년 11월 셋째 주일에 추수감사절을 지내고 있다. 이 날은 기독교신자들이 한 해에 한 번씩 가을 곡식을 거둔 뒤에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올리는 날이다. 이는 1620년에 영국 청교도들이 미국으로 이주한 다음해 가을에 처음으로 거둔 수확으로 감사제를 지낸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절을 지키기 시작한 것은 1904년부터다. 제4회 조선예수교장로회 공의회에서 11월 10일을 추수감사일을 정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 후 몇 차례의 수정 끝에, 매년 셋째 주일을 추수감사절로 정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모 대학 교수는 “잉글랜드에서 온 청교도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인 종교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든 인디언들의 싸워야 했다. 청교도들이 하나님이 자신을 돌보아 줄 것으로 믿고 감사를 드린 일에서 유래한 명절이 추수감사절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추수감사절이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일부 학자들은 “신성한 이날, 미국인들은 가족이 함께 모여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학살을 경축하기 위해 칠면조를 학살한다. 추수감사절 동안 미국 전역에서 양 4,500만 마리의 칠면조가 식탁에 오른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진심으로 이 날을 경축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이들은 또 “추수감사절에 우리는 감사한다. 우리는 제국주의의 제로섬 살인게임의 반대편에서 희생된 자들이 아니라 침략자, 약탈자, 지배자, 탐욕스러운 자, 식민지 개척자, 학살자였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지적한다. 즉, 제국주의의 침략을 받은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가 무분별하게 추수감사절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제국주의의 피해자이자 희생자인 한국이라는 나라가 추수감사절을 지킴으로써 오히려 침략자와 약탈자의 승리를 축하하고 있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계 일각에서도 한국적 토양에 맞지 않는 추수감사절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들이 대두되고 있다. 11월 셋째 주일은 거의 초겨울이기 때문에 시기상으로나 날짜상으로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고, 차라리 민족 고유 명절인 추석으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충남 논산의 한 농촌교회 목회자는 “올해처럼 음력이 빨라서 9월에 추석이 있는 해의 추수감사절은 거의 초겨울이다. 추수가 모두 끝난 논과 밭엔 찬바람만 쌩쌩 부는데, 교회에선 ‘넓은 들에 익은 곡식…’하고 추수감사 찬송을 부른다. 이 때쯤이면 추수감사 장식을 하기 위한 볏 짚단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추수감사절이라는 말과 시기상으로, 날짜상으로도 맞지 않고, 제국주의의 산물이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추수감사절을 차라리 한국적인 토양에 맞게 추석날 지내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일부에서는 추수감사절 헌금을 걷기 위해 일부러 이러한 모순을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개신교 4대 절기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은 ‘한 해에 한 번씩 가을 곡식을 거둔 뒤에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올리는 날’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거의 모든 성도들이 아낌없이 헌금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K교단의 한 중진 목회자는 “많은 성도들이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 아낌없이 헌금을 하면서도 추수감사절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 한국적 토양에 맞는 추수감사절 문화를 만드는데 많은 교회들이 주저하는 이유도 바로 헌금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