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예수 부활의 기쁨소식이 온 천하에 울려 퍼진 날, 스리랑카에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스리랑카 최대 도시인 콜롬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탄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부활절을 맞아 거룩한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던 무고한 성도들과 모처럼 휴양을 즐기던 여행객들이 이 끔찍한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다. 그 수만 헤아려도 사망자가 300여명이 넘고, 부상자만 500여명이다. 거룩한 부활주일 죽음의 테러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을 위로하고, 더 이상 무고한 생명들이 헛되이 희생당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이번 테러의 발발을 두고 스리랑카 정부에선 그 배후로 극단주의 이슬람단체인 ‘NTJ’를 지목했다. 여기에 이번 연쇄폭탄 테러가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의 복수극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또한 이슬람 국가(IS)도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며, 여전히 자신들이 건재함을 대외적으로 알리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현대판 종교전쟁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거룩한 부활주일, 거룩한 성전에서 발생한 끔찍한 전쟁이다. 그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폭력적 만행이다.

과연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내세우며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종교가 종교로서의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어떠한 종교든지 살인과 폭력, 집단 살상, 방화, 테러 등을 통해 자신들의 교리적 신앙적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은, 이미 종교로서의 색과 맛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무색무취다. 끔찍한 테러를 저질러 놓고도, 자신들의 행위가 마치 성전을 치른 듯 정당하다고 외치는 것은, 스스로 종교적 한계를 드러낸 꼴이다. 그들이 제아무리 정당성을 주장해도 돌아오는 것은 하나님의 심판뿐이다. 생명으로 오신 주님께서는 결코 그들을 용서치 않으실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종교전쟁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한다. 서로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은 채, 서로 헐뜯고 배척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테러까지 자행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해질까봐 우려된다. 복수의 끝은 또다른 복수를 낳는다고 했다. 복수는 복수로 갚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용서를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결코 살인과 폭력, 집단 살상, 방화, 테러를 좋아하시지 않는다. 종교라면 살리는 종교가 되어야 하지, 죽이는 종교가 되어서는 안된다. 생명으로 오신 주님을 본받아 이 땅에 분열과 다툼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화합과 일치의 본을 보이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종교본연의 역할이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보면서 대한민국도 더 이상 테러의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선다.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는 대테러 대응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어떠한 폭력과 테러가 무고한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테러로 의심 가는 종교단체의 유입을 사전에 막고, 그들이 맘대로 활개 치지 않도록 정부와 각계기관, 국민들은 언제나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가장 기쁜 소식만 울려 퍼져야할 부활주일, 끔찍한 폭력적 만행으로 죽임을 당한 희생자들을 다시 한 번 위로하고, 이 땅에 결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스도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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