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올해로 6.25 발발 63주년을 맞았다. 이날은 우리 동포에겐 잊을 수 없는 비극의 날이다. 3년 1개월에 걸친 한국전쟁은 한반도 전체를 폐허화했고, 참전한 외국의 병력까지 극심한 피해를 입었으며, 이때 사용된 폭탄의 수는 1차 세계대전에 맞먹는다고도 한다.

한국전쟁은 그 밖에도 약 20만 명의 전쟁 미망인과 10여만 명이 넘는 전쟁 고아를 만들었으며, 1천여만 명이 넘는 이산 가족을 만들었다. 또한 45%에 이르는 공업 시설이 파괴되어 경제적, 사회적 암흑기를 초래했다.

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11.1%에 해당되는 113만 명의 인구가 전쟁을 통하여 사망하였고, 양측을 합하여 250만 명이 사망하였다. 80%의 산업시설과 공공시설과 교통시설이 파괴되었고, 정부 건물의 4분의 3이 파괴되거나 손상되었으며, 가옥의 절반이 파괴되거나 손상되었다.

미군은 약 54,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으며, 이는 베트남 전쟁 때보다는 약간 적은 수이지만 훨씬 짧은 시기에 발생하였다.

그 동안 이날을 기억하며 남북은 서로 증오심만을 키워왔다. 그러나 이제는 6.25를 비극의 날로서만이 아니라, 다시는 이 땅에서 이러한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날로 삼아야 한다. 증오를 불태우는 날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소중함을 환기시키는 날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6.25는 냉전체제의 산물이다. 그러나 지구상에 이미 냉전이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아직 우리 한반도에는 그 잔재가 남아 있다.

분단이란 이름으로 한민족을 갈라놓은 냉전의 잔재는 이 땅에서 군사적인 대립관계를 심화시키고 불신의 벽을 더 높이는 한편, 민족간 갈등의 골을 더 깊어지게 하고 있다. 남북교회가 서로 만나 불화와 적대감을 해소하고 평화와 화해를 이루자고 아무리 다짐해도 여전히 갈등의 구조는 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 이르러서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었다. 이는 새롭게 들어선 박근혜 정부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남북간의 긴장과 한반도 전쟁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직은 우리 사회 전반적인 구조 속에 북한에 대한 갈등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현실을 부인키 어렵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대북관계를 놓고 우리 자체 내에 갈등의 요소들이 더 증폭되어 가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화해의 길을 택하느냐 아니면 더 경계를 강화 시켜 나가느냐 하는 방법적인 논쟁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 이런 식의 논쟁은 남북이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적인 관계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될 뿐이다.

분명한 것은 전후 세대들의 의식 구조가 변화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6.25를 보지도 듣지도 못한 현 젊은 세대들에겐 북도 같은 민족이요 국민이라는 의식이 강하다. ‘지구촌’이란 세계화 물결 속에서 이념이나 체제가 중요한 시대는 지난 것이다.

따라서 6.25를 갈등과 적대감을 고무시키는 날로 기억시키는 것은 우리 젊은이들에겐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현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북은 더 이상 대립으로 나아가서는 안된다.이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상식이다. 우리는 6.25 같은 민족의 비극을 되풀이 돼선 안될 역사적 사실로써 기억하고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평화적인 남북통일을 이루어 민족의 번영을 도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6.25는 민족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날로 기념되어 왔던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참된 평화와 화해를 널리 확산시켜 나가는 날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같이 미래 지향적인 마음가짐을 기독교인들은 물론 모든 국민들에게 확산시켜 나가는데 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교회가 남북관계의 화해 무드를 조성하는데 일조해 나가야 한다.

참된 평화는 적개심과 증오심을 버리고 용서와 화해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6·25는 더 이상 북한에 대해 분노를 유발시키는 상기의 날이 아니라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념의 날이 되어야 한다.

그리스도의교회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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