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행진

개미들이 줄을 지어 바삐 움직인다
몇 백 마리 혹은 몇 천 마리는 되는 것 같다

비가 오려나, 이사를 하는가
아니면 전쟁이 터졌나

모두 무사했으면 좋겠다

▲ 문 현 미 시인
누군가 지금 세상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이런 인류의 대재앙 앞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렇다고 속수무책으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하며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났다. 이런 안타가운 상황을 마주하면서 오히려 창조주 하나님의 섭리를 더 묵상하게 된다. 그분께서 주신 지구별을 더 아름답게 가꾸었어야 했는데...

오늘 우리는「개미들의 행진」을 읽으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살펴보게 된다. 장택현 시인은 인생의 7부 능선에서 첫 시집 『모두 무사했으면 좋겠다』를 상재하였다. 시단에서는 생소한 늦깎이 시인이다. 작년 봄 계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했는데 부지런히 시창작에 몰두하면서 시의 꽃을 피우고 있다.

이 시는 개미들이라는 상징을 통하여 인간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언뜻 보면 참 쉽게 읽혀지는 시이다. 3연 5행의 짧은 시를 통해 장시인은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을까. 떼를 지어 움직이는 개미들의 모습에서 무리지어 바쁘게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떠 올린다. 개미들이 행진하는 이유로 “비”와 “이사”와 “전쟁”이라는 시어를 선택하고 있다.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해 지구촌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 바로 전쟁과 흡사하다.

시는 첨예한 시어의 선택과 행과 연의 신중한 배열로 탄생되는 예술 작품이다. 장시인의 시가 바로 그런 시의 특장을 뚜렷이 표출하고 있다. 한 행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연 “모두 무사했으면 좋겠다”가 바로 시의 핵심축이다. 시인은 군더더기 시어들을 배제하고 쉽고 단순하지만 정제된 시어들을 선택하여 미학적 구도를 만들고 있다. 모두가 우울한 이때, 절망에 희망의 날개를 달아주는 좋은 시 한 편이 잔잔한 울림을 준다. 모두의 마음밭에 녹음이 한껏 푸르르기를...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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