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돌아오는 시간

어떤 붓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저리 눈부신 참회의 시간을

얼마나 숱한 눈물의 항아리가
얼마나 간절한 기도의 메아리가

쪽물이 뚝뚝 떨어질 둣
맑은 가락이 파란 무음으로 흐른다

멀리 있는 것은 다만 그리울 뿐

이런 높푸른 날에는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다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시집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에서

*문현미 시인 : 문학박사 『시와 시학』 등단. 박인환문학상, 크리스찬문학상 등 수상
                           백석대학교 국문과 교수. 백석문화예술관장. 한국시인협회 이사

▲ 정 재 영 장로
시 제목을 사랑의 상징, 돌아온다는 의미, 시간의 지시 등 3가지로 대별해 본다.

시간은 참회의 시간에 이루어진다. 돌아온다는 것은 찾아온다는 것과 다르다. 즉 상실된 사랑이 회구한다는 의미다. 이때 사랑은 무얼까. 참회라는 말에 의탁해본다면 종교적 용어로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사랑이다. 사랑은 요일서(4:4)의 하나님으로 해석함이 타당성을 가진다. 2연에서 그런 회복은 기도 결과물이다. 메아리란 기도 반응이다. 3연의 쪽물은 사랑의 속성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 동원이며, 순수함이다. ‘맑은 가락’이나 “파란 무음‘은 시각과 청각의 공감각을 통한 이미지로 순수의 대상과의 사랑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움은 멀리 있는 대상에 대한 간절함의 정서적 표현이다. 돌아온다는 말은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이 회복되는 순간을 뜻한다. 5연에서 참회를 통해 회복된 감성은 사랑의 본체인 화자가 받은 용서처럼, 타인에게도 자발적으로 베풀게 되는 용서까지 이르게 됨을 뜻하며, 사랑의 영역이 안과 밖으로 동시적으로 감응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사랑의 회복은 용서의 주고받음이다. 마지막 연에서 용서를 받고 용서해주는 시간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회복이며 참회가 완성되는 때임을 말하고 있다. 또한 참회라는 말에서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살피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함을 알게 해준다.

이 작품처럼 종교적 시는 상징주의 시와 맥을 같이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 작품은 인간의 내면생활과 감각을 묘사하기 위해 설명적인 기능과 형식적인 미사여구에서 벗어나려 한다. 상징주의 주요 시인으로는 프랑스의 스테판 말라르메, 폴 베를렌, 랭보 등으로, 그 이론은 에이츠. 엘리엇 등으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는 백대진과 김억 등의 글에서 비롯되어, 김춘수의 존재론적 순수시, 전봉건의 암시성 언어에서 볼 수 있고, 현재도 내면의식을 추구할 때 중요하게 사용하는 창작방법론 중 하나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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