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승 자 목사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는 “<의인>은 향나무처럼 자기를 찍는 도끼에도 향기를 묻힌다”고 했다. 성서에 비추어보면 의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의인은 말 그대로 의로운 일을 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의인은 자신을 희생해서 이웃의 생명을 건지거나, 공동체를 위해서 희생한 사람이다. 개인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세계서, 흔히 의인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런 와중에도 어린생명을 구한 어느 경찰관과 청년의 이야기, 물에 빠진 시민의 생명을 구하다가 최후를 맞은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 불구덩이 속에서도 국민의 생명을 지킨 소방관의 이야기, 물난리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과 국군장병들의 이야기, 실종된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죽음을 맞은 이웃의 이야기 등등은 이기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한 오늘의 세상 속에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지난해 4월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가 아파트에 불을 질렀다. 방화범은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흉기 난동을 벌이는 현장에서 방화범을 막고 나선 사람은 평범한 아파트 관리인 31살의 정연섭씨였다. 무서웠다. 얼굴을 찔렸다. 하지만 정연섭씨는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주민들을 대피시킨 뒤 마지막으로 응급차에 올랐다.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것이다.

정씨는 광대뼈 골절에 잇몸과 턱이 내려앉고, 얼굴의 신경 절반이 마비되어 전치 20주의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아픈 몸을 이끌고 아파트로 출근했다. 하지만 사고 당시가 떠오르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근무를 할 수가 없었다. 정씨는 노부모와 할아버지를 모시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본인보다 주민들을 위해 몸을 던져 방화범을 막았던 것이다.

의로운 인물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정씨가 새로운 직장에 취업 할 때까지 생활비를 지원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씨는 그 정성을 다른 어려운 이웃을 도와달라며 정중히 거절했다. 다만 부모님과 할아버지를 위해서 건강식품을 보내드리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은 감사하게 받았다. 정씨는 자신이 맡은 일에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은 거절할 줄 아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의인>이었다.

그는 지금 당장 힘겨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이력서를 넣은 곳에서 연락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주택관리공단에 공개채용 돼, 밀양 지역 모 아파트에 기술직 인턴으로 출근하게 되었다. 5개월간 인턴 근무 후 심사를 거쳐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전형이라고 한다. 정씨의 밝고 찬란한 앞날을 응원한다. 그렇다. 정씨와 같이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올곧고, 바르고, 굳건한 마음을 가진 진정한 <의인>들이 많이 있다. 선한 행동의 결과는 반드시 세상에 드러나는 법이다.

햇빛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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