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다시 한국교회의 현장 예배를 중단시키는 조치를 내렸다. 비록 서울과 경기도의 교회에 국한된 결정이지만 이것이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될지 수도권으로 그칠지는 오로지 코로나 확산세에 달려있다.

정부와 서울시, 경기도는 지난 주 서울의 사랑제일교회와 경기도 용인 우리제일교회, 김포 주님의샘교회, 고양 반석교회, 기쁨153교회 등 일부 교회에서 예상보다 많은 수의 확진자가 나오자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치를 내렸다. 이는 교회의 경우 공식 예배만 허용하고 그 외에 소모임과 행사 등을 일체 중단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사랑제일교회 누적 확진자가 400여 명을 넘고 카페, 노래방, 술집 등을 통해 지역 감염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자 불과 며칠 만에 또다시 교회의 대면 예배 일체를 중단시키는 초강력 조치를 내린 것이다.

정부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지난 8.15에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인원이 참가한 반정부 시위에 전광훈 목사가 참석해 연설하고, 사랑제일교회와 관련된 사람들이 다수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가 또다시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서울과 경기지역 교회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다 하더라도 수도권 교회의 모든 예배를 금지한 조치는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서울에서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교인들이 집단 감염된 외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 두 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뿐 다른 교회에서는 거의 확진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사랑제일교회 집단 감염 사례를 다른 아무 잘못 없는 교회에까지 한꺼번에 적용하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것이다.

지금 당국은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찬사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대구 신천지집단에서 촉발된 2차 확산과 이태원 클럽 발 3차 확산에 이어 이보다 더한 걷잡을 수 없는 대유행으로 번질 수도 있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위기를 어떻게 해서든 잘 넘겨보려는 당국의 노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사정 또한 녹녹치 않은 형편이다. 이미 코로나19 초기 확산 당시 한국교회 대부분의 교회들이 비대면 예배, 즉 온라인으로 영상을 송출하는 예배로 전환하는 바람에 방역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이로 인해 교인 수가 감소하고 헌금이 줄어 교회 운영이 심각한 위기에 처한 교회들이 적지 않다.

큰 규모의 교회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를 드리다가 현장 예배를 재개한 후에도 다시 교회에 나오지 않는 교인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예산 집행을 줄이고 긴축재정을 하는 등 자구책으로 버티고 있으나 곧 문을 닫는 교회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또다시 모든 예배를 중단하고 영상예배를 드리라고 하니 다 죽어가는 사람 숨통을 밟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이번 정세균 총리의 수도권 교회 대면 예배 금지조치에 대해 한교총이 이를 수용하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상하다. 불과 몇 주 전 만해도 정부 당국을 향해 “종교탄압”이라며 반발하던 때와 180도 태도를 바꾸어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한 것이 발단이다.

가장 규모가 큰 연합기관으로서의 고충을 이해하면서도 그렇다고 지금 누가 누굴 대신해 사과할 때냐는 것이다. 교회연합기관이라면서 교회와 정부 사이에서 교회를 대변하고 교회가 피해보지 않도록 하는 일이 급선무 아니냐는 불만이다. 세상이 온통 한국교회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프레임’을 씌워 몰고 가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같이 휩쓸리고 있으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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