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과 통합 등 국내 주요 장로교단의 올해 정기총회가 대부분 ‘온라인’으로 치러진다. 총회 기간 역시 ‘반나절’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대폭 축소됐다. 벌써부터 총회 부재와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예장 합동은 21일(월)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새에덴교회를 비롯, 전국 35개 교회에서 온라인 총회를 진행한다. 예장 통합도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도림교회를 중심으로 전국 35개 교회에서 온라인 화상 총회를 진행하게 된다. 이밖에 예장 백석은 22일(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예장 고신은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예장 합신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거의 같은 방식의 온라인 총회를 진행한다.

한국교회 주요 장로교단들이 온라인 총회를 그것도 반나절 만에 진행하려 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재 확산되면서 교단 총회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했으나 교회는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교회는 여전히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국교회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비상조치를 감내해 나가야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정상적인 주일 예배 방식으로 인해 한국교회 안에 후유증이 적지 않다. 대면 예배 대 비대면 예배를 놓고 논쟁도 뜨겁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온라인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 내가 만나는 예배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 것은 유의미하다.

하나님과 만나는 예배에서 장소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이런 인식을 한국교회 교인들이 비로소 소중하게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감내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흩어지는 교회’로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1년에 한 차례 9월에 일제히 열리는 장로교단 총회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매우 낯설고 이례적이다. 교단의 지도부에서조차 어찌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진행상의 문제보다 대폭 축소된 일정으로 인해 자칫 부실한 총회가 될 경우 교단에는 두고두고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실내에서 한꺼번에 50인 이상 회집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총대들을 나눠 전국에서 동시에 총회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차질없이 원만하게 진행될 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부담과 후유증은 고스란히 교단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각 교단은 총회를 개회하면 우선 가장 급한 것부터 처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임원 선거이다. 임원선거를 통해 새로운 총회장과 임원들을 선출하야 새 회기를 새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후에 모든 안건을 회순대로 처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온라인 화상으로 현장에서 얼굴을 맞대고 하듯 진지한 토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을 뿐더러 그런 시간적 여유가 턱없이 부족하다.

예장 통합 등 주요교단들은 과거에 총회 임원 선거가 과열되면서 정작 중요한 안건처리는 뒤로 미루고 미루다가 미진안건 처리를 임원회에 위임하고 폐회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소수의 임원들이 정치적인 판단에 개입해 더 큰 문제가 야기되기도 했다.

올해 총회는 그런 과거의 악습을 반복하기 딱 좋은 여건과 환경이다. 그러나 좋은 싫든 임원회와 실행위원회 등 소수가 1천여 명이 넘는 총대들을 대신해 총회의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내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새로운 변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수 천명이 한꺼번에 모여 4박5일간 돈 많이 쓰고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총회를 매년 반복하느니 차라리 소수가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총회를 대신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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