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우한에서 발생해 국내에서 확진자가 나온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불과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우리의 모든 일상이 송두리 채 바뀌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던 의료기술, 경제력, 외교력 심지어 한국교회까지도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앞에서 멈추어 섰다. 이와 더불어 부흥 성장의 신기록을 세운 선교 2세기를 맞은 한국교회의 기세도 여지없이 꺾였다.

갈 길 바쁜 한국교회도 코로나에 발목을 잡힌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은 스스로 자중지란에 빠진 것이 맞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가 마음대로 교인들이 와서 예배드리는 공간이 되지 못하고 코이노니아도 할 수 없으면서 서로 다른 입장으로 나뉘어 벌이는 싸움과 마음의 분열은 앞으로 두고두고 더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교계 한쪽에서는 전광훈 목사가 코로나의 원흉이라며 이단으로 규정해 아예 목사직에서 몰아내려 난리다. 다른 쪽에서는 정부의 조치에 순응하며 비대면 예배를 수용한 교회와 목회자들 때문에 교회가 아주 문을 닫게 되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코로나19로 수면위에 드러났을 뿐 근본 원인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그동안 자신의 힘과 능력을 의지하고 자랑하는 교만함에 가득 차 있었다. 이제 비로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상의 삶, 그리고 함께 모여 예배드릴 수 있었던 교회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슴 깊이 깨닫게 되었지만 너무 늦은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 여권 하나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자유롭게 다녔던 우리가 이제는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입국 거절을 당하거나 공항에 내리자마자 격리당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활주로마다 멈추어선 항공기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나 자신의 여가를 즐기기 위해 1년에도 몇 번씩 해외여행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썼지만 불우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외면하고 잊고 살았다. 이제 비로소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쓰고 허비했던 시간들에게 대해 성찰할 시간이 생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불러 온 또 다른 현상은 유례없는 사회 경제적 고통이다. 가정에 식구 한 사람이 감염되면 온 가족 뿐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 전체가 함께 아픔과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 때문에 팬데믹은 나 하나 뿐 아니라 가정, 교회, 학교, 기업 등 공동체가 함께 고통에 빠지게 된다.

그중 가장 고통스러운 현장은 어디 일까. 코로나 사태로 한국교회 6만 교회 중 30% 이상이 없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있다. 정부가 수도권의 모든 교회에 비대면 예배 행정조치를 내린 후 개척교회 상가교회 할 것 없이 교회로서 운영 자체가 어려운 교회가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든 이들은 교회 보다 교회 옆에 늘 있는 이웃이다. 팬데믹의 위협은 사회의 가장 약한 곳부터 파고들어 고통을 주기 때문에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이웃이야말로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농어촌 미자립 교회, 도시 임대교회, 해외 선교사들까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교단 총회와 대형교회들이 상생의 정신으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어디 기댈 데 없는 이웃은 어쩔 것인가. 한교연 봉사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상도동에 위치한 미혼모자 생활공동체 ‘꿈나무’에 쌀과 지원금을 전달했다. 한교연은 이곳에 올해들어 두 번째 방문했는데 금년 들어 9개월간 이곳을 직접 찾아오고나 후원금을 지원한 교회나 교계단체는 한교연이 한 곳 뿐이었다고 한다.

내가 힘들고 내 가족이 힘들고 내가 속한 교회와 공동체가 코로나로 인해 힘들어질수록 잠시 뒤로 미루거나 잠시라도 잊어선 안 될 이웃이 우리의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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