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정폭력 처벌 강화를 청원하는 글’이 올라 왔다. 올해 2월부터 사실혼 관계인 30대 남성으로부터 상습폭행에 시달인 20대 여성이 올린 이 글에는 “저는 살고 싶다. 저는 아이를 온 마음으로 지키고 싶은 엄마”고 소개하면서, “가정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범죄에 비해 약하게 처벌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적고, ‘가정폭력 처벌 강화를 청원하는 글’을 올리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동거남은 지난 4월 이 여성이 임신한 사실까지 알게 됐다. 하지만 동거남의 폭행은 이 여성이 경찰에 신고 후, 피신하기 전까지 계속됐다는 이야기다. 이 여성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해자는 주먹이나 발로 때리는 건 물론이고, 의자로 내려치는 등 눈에 보이는 모든 물건으로 폭력을 가했고, 도망가려고 하면 결박하거나 목을 졸라 기절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저항할수록 구타는 심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그냥 이대로 죽는구나’ 하면서 바보처럼 맞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여성은 경찰에 신고할 당시에도 구타를 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의 다급한 상황은 신고음성에 그대로 담겼다. 임신한 여성을 수개월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가해자 동거남에게 내려진 검찰의 처분은 ‘벌금 200만원’이었다(8월 24일). 이 여성은 가정폭력 가해자 소방망이 처벌로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정폭력’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 ‘가정폭 처벌 강화 청원의 글’을 올렸다. 같은 여성으로서 이 여성의 용기와 용감한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이 여성은 변호사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이 나올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가정폭력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청원의 글’을 올렸다. 이 여성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벌 강화가 내게도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보다는 법이 정말로 바뀌어서 나 같은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청원의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 여성의 청원의 글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해도, 가정폭력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가히 짐작하게 한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계속해서 존재하고, 이들의 아우성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는데도, 가정폭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법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가정폭력사범으로 검거된 인원 24만9366명 중 구속된 인원은 2334명 뿐이다. 비율로 따지면 1%에 불과하다. 가정폭력 재범률은 2016년 3.8%에서 2018년 9.2%까지 크게 증가했다.

사정폭력에 의한 살인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을 둘러싼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이다. 이 여성은 “길에서 모르는 사람 뺨을 때리거나 온라인에서 누군가를 익명으로 모욕만 해도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는다. 그런데 가정폭력은 서로 보호해야 할 사이에서, 홀몸도 아닌 임산부를 상대로 벌어졌어도, ‘가정의 일’이란 이유로 가볍게 처벌되더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아는 가해자는 ‘난 이제 벌금 200만원만 내면 된다’며 당당하게 굴고 있는데, 그럼 나는 벌금 200만원만 내면 막 때려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지난해 검찰이 처리한 가정폭력사범은 총 5만3243명, 이 중 기소한 인원은 4997명으로 10%도 안된다. 기소했더라도 정식재판에 넘긴 경우는 3.5%(1844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약식재판(5.9%·3153명) 절차를 거쳐 벌금형으로 처리하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거나(47.8%·2만5440명), 보호사건 송치(42.8%·2만2806명) 등으로 마무리했다.

가정폭력처벌법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분리가 철저히 되지 않고 있다. 분리되더라도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또한 경찰은 가정폭력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일시적인 분리에서 나아가 ‘긴급임시조치’를 통해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 등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가정폭력 검거 건수 5만277건 가운데, 긴급임시조치가 집행된 건수는 3477건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가정폭력 피해를 먼저 겪은 사람들로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과 위안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여성의 '가정폭력 처벌 강화 청원의 글‘을 적극 지지한다. 공권력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아우성소리를 듣고, 행동하자. 

/굿-페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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