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성 길 목사

누구나 학창시절의 선생님을 기억한다. 특히 초등학교 때의 선생님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1학년 담임선생님이 6학년 졸업할 때까지 담임을 맡았었다. 그 선생님과는 지루하거나 딱딱하게 공부한 기억이 없다. 수업시간에 반 아이들이 연신 깔깔대며 웃기 바빴다. 농담을 잘해서라 아니라 선생님이 창의적이고, 따뜻했기 때문이ㅐ다.

한번은 시험이 끝나고 점수 발표가 있었다. 당시에는 체벌이 있던 때라 성적에 따라 손바닥을 맞게 되었다. 다른 반에서는 곡소리가 나오는데, 우리 반에서는 그날도 깔깔 웃음소리가 났다.

“자, 이제부터 손바닥을 맞을 거예요. 매는 성적에 상관없이 한 대부터 열대까지 때릴 건데, 한 대가 가장 약하고 열 대로 향해 갈수록 세집니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프다고 하면 멈출 거예요.”

선생님은 30센티미터 자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앞으로 나가서 일렬로 줄을 섰다. 그런데 1번 타자가 한 대 맞기도 전에 손바닥을 비비며 엄살을 떨었다. 그러자 선생님이 피식 웃으며 “통과!”를 외쳤다. 2번 타자는 나비가 꽃잎에 살포시 내려앉듯이 떨어지는 매를 맞고 ‘아!’라며 엄살을 피웠다. 선생님이 이번에도 “통과!”를 외쳤다.

이쯤 되자 기다리는 아이들은 난데없이 연기 연습을 하고 서로 자기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오버액션을 하는 아이가 있을 때면 다 같이 까르르 웃었다. 또 다 같이 노래 부르듯 한 대, 두 대를 세웠다. 나는 다섯 대를 맞고 살짝 미간을 찌푸려 보았다.

“통과!”

그런데 선생님을 당황하게 하는 친구가 있었다. 좀 둔감한 친구였는데, 다섯 대가 넘어가도록 미동도 없고, 눈도 깜짝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 점점 세질 거야.”

선생님이 엄포를 놓았고 손목에 힘을 살짝 더해 때였지만, 강도가 약했는지 여덟 대, 아홉 대가 되도록 그 친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결국 열 대를 채우고 빙그레 웃었다. 왁자지껄한 체벌이 끝난 뒤, 선생님은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어떻게 매를 맞으면서도 다들 제각기 성격이 나올까? 난 이래서 니들이 참 좋다.”

얌전하고, 거칠고, 수선스럽고, 우직하고…… 그러면 그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아이들 캐릭터를 한 사람 한 사람 다 인정해 주고, 그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생님, 수선화에게 장미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고, 풀잎에게 빨리 나무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고, 그 자체로 훌륭하다고 어깨 두드려주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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