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단체들이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강력 반대를 주장하고,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안전처가 낙태죄 유지 및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 등을 골자로 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것과 관련, 진보적 성향의 여성단체 등이 강한 우려를 표하는 동시에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은 ‘그리스도인x낙태죄 완전폐지’ 기자회견을 지난달 28일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서 갖고, “사람을 처벌하고 통제하는 법이 아닌 삶을 살피고 지원하는 법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신애 목사(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먼저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 외 179의 개인 및 단체가 연서명한 성명을 발표하고,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 “‘낙태죄’를 유지한 채 ‘낙태죄’의 성립 조건의 범위만을 조정한 것으로, 국가가 계속해서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임신중절의 여부와 조건을 결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하나 전도사(섬돌향린교회)와 노승훈 신부(대한성공회)가 낭독한 성명에서 정부를 향해 일부 종교계의 반대를 앞세워 여성의 생명과 삶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법안을 유지하려는 행위를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역행하는 ‘입법 예고안’을 철회하고, 임신중지와 유지, 출산과 양육 전반의 성과 재생산의 권리에 대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국회를 향해서도 이제 서야 시작된 ‘낙태죄 완전 폐지’를 위한 논의에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교회가 ‘생육하고 번성하라’(창세기 1:28)는 성서구절을 ‘산아제한’ 정책을 펼 때는 ‘적게 낳아 잘 키우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번성이라고 주장했으며, ‘출산장려’ 정책을 펼 때는 ‘무조건 많이 낳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가르쳤다”며, “이는 교회가 각 사람이 존엄하게 살도록 힘써야하는 종교의 책무를 외면한 채 권력과 결탁해 이익을 쫓은 결과”라고 일침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영미 목사(한국여성신학회)와 오수경 대표(청어람ARMC), 박소영 신학생(한신대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새말 활동가(믿는페미) 등이 나서 솔직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여성신학회 회장단(회장 이영미, 부회장 백소영, 총무 김혜령)이 공동 작성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한국여성신학회의 입장’를 대표로 발언한 이영미 목사는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충분한 존중과 보장을 근본 취지로 한 헌재의 위헌 판결에 전면 대치되며, 여성을 성숙한 윤리적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는 비주체적 존재로 비하할 뿐 아니라 여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여성의 몸에 대한 기본 통제권을 국가가 계속해서 소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악법이라고 판단하며, 낙태죄는 전면 폐지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 낙태죄 즉각 폐지와 함께,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성과 몸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 바탕 위에 성과 재생산권에 대한 법안을 마련하고, 여성의 안전한 건강권과 의료접근법을 보장하는 성교육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

‘낙태죄 폐지 그리스도인 호소문’을 발표한 오수경 대표는 여성을 단지 ‘생육하고 번성해야 할’ 자궁이 아닌, 통전적 존재로 인식해달라며, 더는 성경과 신앙을 앞세워 ‘태아의 생명과 역성의 선택’이라는 이분법적 틀에 가두어 임신 중단하기를 선택한 여성을 죄인으로 만드는 일을 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정부를 향해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역행하고 합리적 시민들의 요청을 거스르는 입법 예고안을 철회하고 낙태죄를 폐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정부가 낙태죄 폐지를 넘어 여성의 임신 유지와 중단, 출산과 양육, 성과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실제적 방안을 책임 있게 마련하라고 압박했다.

박소영 신학생은 ‘낙태죄폐지에 대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성정의위원회 입장문’을 통해 여성의 몸에 대한 권한과 자기결정권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는 낙태죄를 폐지하라고 목소릴 높였다.

그러면서 더 이상 여성을 권력의 틀 안에 가두어, 국가정책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여성도 이 세상에서 숨 쉬고 있는 생명체임을 분명하게 인지하라”면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국민의 자유와 안전과 권리를 위해 존재하는 법이, 차별과 배제 없이 모두를 위한 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믿는 폐미도 ‘믿는페미 새말 연대 발언문’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은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정말 생명을 옹호하고 싶다면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도 차마 아이를 낳거나 키울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를 개혁하라고 성토했다.

덧붙여 태어나는 어린 존재들이 더 이상 성별 때문에, 가난 때문에, 장애 때문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다양한 조건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라며, 사람과 사람이 평등하게 관계 맺는 법을 가르치고,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교회의 가부장적 구조를 뒤엎으라고 단언했다.

한편 ‘성과재생산크리스천포럼’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성과 재생산 정의와 권리보장을 위해 신학적 연구와 연대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연구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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