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의 생활 중에 감사의 생활은 가장 중요한 실천 항목이다. 한국교회가 매년 11월 셋째 주일에 지키는 추수감사절도 한 해를 결산하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단순한 절기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큰 명절은 유월절과 오순절, 그리고 초막절이다. 이중 초막절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생활을 기념하기 위해서 집에서 자지 않고 밖에서 나뭇가지나 풀잎으로 엮은 거처에서 지낸 데서 유래한 절기이다. 늦은 곡식을 거두어 들여 저장하는 날이라는 의미로 수장절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의 추수감사절이 바로 초막절 혹은 수장절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후 1607년에 영국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던 청교도(Puritan) 102명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으로 향했다. 그들이 63일간의 긴 항해 끝에 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후 농사를 지어 첫 수확한 곡식, 과일 등과 함께 하나님께 예배드린 것이 오늘날 추수감사절의 시초가 되었다.

청교도들이 미국에 정착한 첫 해 겨울에 44명이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는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봄이 되자 그 땅에 원주민인 인디언들의 도움으로 땀과 눈물의 첫 수확을 거두어 이웃인 인디언들을 초청하여 하나님께 감사예배를 드린 것이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이를 기념해 1789년 11월 26일을 감사절로 정했고,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대에 이르러 1936년 11월 셋째 목요일로 정하여 오늘날까지 미국인들이 지키는 가장 큰 국경일로 지켜오고 있다. 한국교회의 추수감사절은 130여 년 전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전래되어 지금은 매년 11월 셋째 주일에 지키게 되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감사를 실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다운되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는 활동이 극히 위축되면서 마음까지 얼어붙은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감사를 실천하는 자체가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교회들 마다 추수감사절에 교인들이 내는 감사헌금도 올해는 계속된 비대면 예배와 수도권의 좌석수 30% 규제로 인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추수감사절 헌금이 교회 운영에 차지하는 비중은 대도시 교회들의 경우는 더 크다. 교회들마다 일반 재정 뿐 아니라 구제와 선교 등 외부 지원에 쓰이는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예산이 채워지지 못하면 그만큼 구제와 선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옛 격언에 ‘원수는 돌에 새기고 은혜는 물에 새긴다’는 말이 있다. 지난날에 받은 은혜를 쉽게 망각하는 인간의 본성을 빗댄 말이다. 성경에는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삼갈지어다 네가 먹어서 배불리고 아름다운 집을 짓고 거하게 되며 또 네 우양이 번성하여 네 은금이 증식되며 네 소유가 다 풍부하게 될 때에 두렵건데 네 마음이 교만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릴까 하노라”(신8:11~14)고 했다.

시대가 어렵다고 감사하는 생활을 잊으면 감사할 일도 멀어지지 마련이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은 현실에서 나보다 못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다. 더 많이 감사하고 더 많이 사랑하는 추수감사절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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