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효종 목사.

경기도 남양주시 수진사가 불에 탔다. 이 화제 역시 기독교 맹신자의 고의적인 방화에 의해 일어났다는데 안타깝다. 근본주의 신앙에 갇혀 이웃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교회 맹신도의 이탈행위라는데 참담하다. 무엇보다도 이 맹신도는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방화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이 이런 하나님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불교사찰 방화사건, 훼불사건, 법당주변 땅 밟기 등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랑의 종교인 기독교의 가치는 끝없이 추락했다.

일부 목사와 교인들은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면, 자신이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수진사 화재발생에 대해 기독교를 대표해 사과의 뜻을 전하자, 오히려 교회협을 비판하고 나섰다. “석가탄신일 날 법당을 찾는 교회협이 잘못되었다”, “유일신인 하나님을 배신하는 행위이며, 유일신인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이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낸다.

그렇다면 이웃종교의 방화하고, 물품을 훼손하는 행위가 잘한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웃종교에 피해를 입히는 행위가 옳은 일인가. 이것만이 자신의 신앙을 지키는 것인가. 기독교의 신앙가치는 예수님의 ’삶의 현장‘에 교회를 세우고, 역사의 흐름을 감지하고, 하나님나라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웃종교를 인정하지 않아 종교간의 갈등과 분쟁, 종교전쟁을 해외사례를 통해 보아왔다.

수진사 방화사건은 불교의 반발과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것은 광신적 기독교인 한 개인의 이탈행위가 아니다. 근본주의에 갇혀 마음을 열어 이웃종교의 특수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인 동시에, 한국교회 모두가 방화범이다. 교인들을 광신적으로 교육한 교회지도자들에게 문제가 있다. 교회협을 제외하고 수진사 맹신도에 의한 방화를 안타깝게 여기는 기독교 단체와 교회, 교인과 목회자가 없다는데 더욱 참혹하게 만든다.

모두가 근본주의에 갇혀 자신들의 주장만 펼친다. 인간의 생명존엄성을 말한 어느 대형교회 목회자의 말에 근본주의에 갇힌 목사들은 이 대형교회 목사의 말에 토를 달며, 비난하기에 바쁘다. 인간의 생명보다는 예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면예배를 드리지 못해 교회재정이 어려워졌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닌가 싶다. 에배는 혼자드릴 수도 있고, 가족끼리도 드릴 수도 있다.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이웃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종교는 분명 종교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다. 종교는 분명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있다. 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된다면, 기독교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 존재하는가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보니 이웃종교의 시설에 불을 지르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것이다. 천상의 삶만을 교육해온 한국교회 잘못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천상의 삶 못지 않게 지상의 삶도 중요하다. 인간의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인간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한마디로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방화의 찰나, 그 손으로 주변의 복지시설과 많은 주거시설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게 한 맹신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 종교 간에 평화 없이, 종교 간에 대화 없이 세계평화가 없다. 전쟁과 다툼만 있다.

오늘날 온 인류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인간과 하나님이 화해해야 한다.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한다. 범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데 기초하고 있다. 이제라도 한국교회는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실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장 호헌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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