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서영 목사.

어두운 시대, 소망의 빛으로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을 맞았다.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셔 온누리에 평화를 깃들게 하신 예수님.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닌, 섬기러 오신 예수님을 찬양하는 목소리가 온 천하에 울려 퍼진다. 길거리에는 오색찬란한 불꽃이 반짝거리고, 교회 십자가와 벽면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작은 불빛이 은은하게 비춘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성탄절의 모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조용하게 지나갈 것 같다. 1년여 동안 우리들의 일상을 집어삼킨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성탄예배마저 비대면으로 드리게 생겼다. 여기에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길거리는 물론, 교회까지 성탄의 기쁨을 만끽하는 불꽃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외형적인 모습이 달라졌다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까지 희석되는 것은 아니다.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섬김의 본을 보여야 한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국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소외된 이웃들의 아픔을 ‘나 몰라라’ 하지 말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 시대 새로운 양극화로 분열을 겪고 있는 이 나라와 민족이 하나 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 됨의 본을 보여야 한다. 더 이상 빈부의 격차, 지역갈등, 남녀차별, 세대차이 등으로 엇갈리고 나뉘지 않도록 화합과 일치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더욱이 남과 북이 갈등을 종식하고, 한민족으로서 하나 될 수 있도록 교회가 앞장서 평화통일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 총칼을 겨누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나님 안에서 한마음이 될 수 있도록 교회가 남과 북의 가교 역할을 다해야 한다. 평화통일은 오직 하나님만이 이루실 수 있는 참 역사이다. 그 역사를 한국교회가 앞장서 이뤄나갈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먼저 그동안 잘못을 진심으로 회개하고 각성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권력과 재물, 명예를 위해 나아갔던 과오를 반성하고, 오직 하나님만이 영광을 홀로 받으실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모든 잘못을 사회적, 역사적 탓만으로 돌렸던 과거를 뉘우치고, ‘내 잘못이다’라는 인식으로 스스로 거듭나야 한다. 세속적 물질주의와 물량주의에 붙잡혀 가진 자와 힘 있는 자가 지배하는 세상을 보고도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을 회개하고, 가난한 자, 병든 자, 소외된 자들의 친구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도록 뼈를 깎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성탄절을 기점으로 2020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2021년에는 코로나19가 하나님의 능력 안에서 모두 치유되고,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종식하길 소망한다. 또 한민족이 더 이상 서로를 향해 총칼을 겨누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평화통일을 이루길 염원한다. 무엇보다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간구한다. 2000년 전 인류 구원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공의와 섬김과 빛의 정신이 온누리에 회복되길 기대하고, 성탄의 기쁨과 평안이 대한민국과 국민,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모두에게 깃들길 다시 한 번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상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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