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에 ‘세 번’이 이따금씩 언급된다. 대표적으로 이스라엘 모든 남자는 일 년에 세 절기에 하나님을 예배해야 한다(출 23: 17; 34:23; 출 16:16). 발람은 이스라엘을 세 차례 축복하였는가 하면(민 24:10), 삼손은 들릴라를 세 번이나 조롱한다(삿 16:15). 야웨는 실로에서 사무엘을 세 차례 부른 후에 이스라엘의 선지자로 삼는다(삼상 3:8). 그런가 하면 다윗과 요나단은 세 번 절하고 헤어졌으며(삼상 20:41), 엘리야는 세 번 엎드려 죽은 아이를 위해 야웨께 기도한다(왕상 17:21). 신약에도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 부인하고(막 14:72), 부활 후 베드로는 ‘주님을 사랑합니다’(ϕιλώσε)며 세 차례 거듭 고백한다(요 21:15-17. cf. 행 10:17).
그렇다면 이렇게 세 번씩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일차적으로 강조의 반복이다. 중요한 부분을 밑줄 긋거나 굵게 표기하듯 세 차례 연거푸 언급함으로써 중복 확인하는 방식이다(사 6:3; 계 4:8). 고대 근동에서 구두로 세 차례 진술한다면 법적인 책임이 뒤따른다. 시내산에서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똑같은 응답을 세 번이나 거듭한다. 첫 번째는 체결 전이다. 모세가 장로들에게 전하자 백성들이 “야웨가 명하신 대로 우리가 준행하리라(השׂענ)”고 말한다(출 19:8). 원칙적인 반응이다. 다시 체결을 앞두고 계약을 한 번 더 확인하자 백성들은 한 목소리로 “우리가 준행하겠다”고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계약을 체결한 후 “언약서”를 낭독하자 온 이스라엘이 ‘야웨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지키리라’며 거듭 다짐한다(출 24:3,7). 처음 두 번은 문자적으로 ‘따르겠습니다’지만 세 번째는 ‘준행하고 듣겠습니다’로 굳센 의지를 두 동사로 표현한다.
이스라엘이 시내산 계약을 맺으면서 야웨 하나님께 세 차례 ‘나아세’라고 반복한 것은 법적인 책임을 넘어 열두 부족이 한 마음으로 실행하려는 태도다. 처음 구절은 ‘백성 모두가 함께’(출 19:8), ‘모든 백성이 한 목소리로’(출 20:3) 이스라엘의 ‘하나됨’을 강조하고, 세 번째는 ‘준행하고 지키겠습니다’(출 20:7)며 실천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두 동사에 담는다. 특히 눈길이 가는 대목은 마지막의 ‘나아세 웨니스마’(עמשׁנו השׂענ)다. 문자적으로 ‘(먼저) 준행하고 (나중에) 듣는다’로 풀 수 있다. 미리 토라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도 준수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경건한 신앙인들에게 낯선 교훈이 아니다. 그들은 토라를 듣기 전에 실천에 옮긴다. 왜냐하면 사람이란 계명을 들은 후에는 실천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Pluat, 595>
시내산 계약을 맺으며 이스라엘 백성이 나아세를 세 번 선언하여 계약의 주체이신 하나님과 온전히 하나가 되었음을 확인한다. 숫자 3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통일성과 완전성을 함축한다. 숫자 3은 몇 가지 점에서 신비롭다. 우선 3은 자신보다 작은 양수(陽數)의 덧셈과 같으며(1+2), 또한 1부터 3까지 더한 값(1+2+3)과 곱한 값(1×2×3)이 동일하다. 노자는 3에서 만물이 나온다고 설파한다(도덕경 42). 고대인들은 숫자 3에서 특별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하여 삼위일체, 만세삼창, 삼고초려, 천지인삼재 등 3을 근거로 한 관용적인 어법이 빈번히 쓰인다고 볼 수 있다.
계약에 참여한 이스라엘 백성은 12지파로 구성되어 있다. 12지파를 자세히 보면 3의 확장된 형태다. 광야에서 성막과 함께 행진할 때 각 세 지파가 네 방향을 호위한다(민 2:1-34). 이스라엘 12지파는 ‘한 목소리’로 3 번 ‘나아세’를 외치며 의지를 밝힌다. 시내산 계약을 통해 야웨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고, 이스라엘은 야웨의 백성이 되었다(출 6:7; 레 26:12; 렘 31:33; 겔 11:20). ‘우리가 한 마음으로 준행하리이다.’ 이스라엘은 야웨와 맺은 계약을 책임적인 자세로 지키며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의무감을 갖는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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