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들, “IESUS는 지엽적, 이사 선임과 교단화가 더 큰 문제”
학교 갈등 대화로 풀고 봉합할 수 있는 자리마련 요구키로

▲ 공청회 자리서 발언하고 있는 정흥호 총장.

“소통의 부재다. 대화로 풀어나가자. 학내 갈등을 밖으로 표출하지 말고, 안에서 해결하자. 학교가 위기인데 지엽적인 것에 매달리지 말고, 학교 생존을 위해 모두가 함께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1974년부터 한국에 복음주의 신학의 기틀을 놓고 세계선교에 이바지해온 역사를 뒤로한 채 최근 총장 불신임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를 바라보는 재학생들과 동문들은 하나같이 생존에 갈림길에 선 학교를 위해 편 가르기가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지난 18일 아신대 정흥호 총장이 학내 갈등을 겪고 있는 학교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을 받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 자리에서다. 당초 이날 공청회는 △정흥호 총장과 사이버 스쿨 IESUS를 둘러싼 진상 △한국개신교미래연합총회(KUPA) 관련 의혹 △김형국 이사 추천에 대한 잡음 등 굵직한 문제를 두고 학교 구성원과 총장과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자리였다.

이를 대변하듯이 정흥호 총장은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소리가 나니까, 학교 구성원들 간에 함께 소통하고, 현황에 대해 함께 모여서 논의하기 위한 대화의 장, 소통의 장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부담스러운 자리가 아닌 거듭 학교 구성원들과의 소통의 자리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교계 언론을 통해 첨예한 양측의 공방전이 이뤄졌던 것과 달리, 이날 현장에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다소 맥이 빠졌다. 교수협의회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와 학교 문제에 대한 정 총장의 소극적 대처, 정 총장이 일방적 주장만 전달하려 한다는 이유 등을 내세워 공언한대로 불참함에 따라 반쪽짜리 공청회가 되고 말았다. 당연히 학교 구성원들 모두 터놓고 이야기 해보자(?)는 정 총장의 바람도 100%는 이뤄지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을 위한 자리가 불통의 현장이 됐다. 아쉬움은 재학생들과 동문들에게 고스란히 전이됐다.

먼저 학생들은 공청회에 교수진들이 참석하지 않은데 아쉬움을 토로하고, 총장과 교수들 사이의 소통의 부재에 쓴소리를 냈다. 학생들은 공청회 자체를 총장이 일방적으로 한 것인지, 교수들의 동의를 구했는지, 교수회의를 여러 번 요청한 것을 총장이 거부했는지 등 날선 지적을 이어갔다. 동문들도 언론 매체를 통해 이야기되어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는데, 교수협의회의 입장을 듣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정 총장은 “공지를 했다. 이사진은 조금 다르다고 해도 학교 구성원인 교수, 학생, 원우회, 동문 등은 루머에 휩쓸리지 않고 판단력과 분별력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자리다. 오지 않는 분들에게 왜 오지 않았냐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IESUS 문제가 교수회의에서 제기되어 나름 알아보고 정리할 것이 있음 정리해 보고하겠다고 회의를 마무리됐는데, 중간단계에서 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단절되어 버렸다. 일방적인 이야기가 들려오고 매체를 통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우리 공동체가 분명한 사실을 인지하고 판단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공청회를 소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 정흥호 총장 주도로 열린 ‘학교 현 상황에 관련한 공청회’ 광경.

소통의 부재에 대해 아쉬움을 자아낸 학생들은 IESUS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한 진실과 궁금증에 대해서도 질의를 이어갔다.

한 학생은 IESUS의 법적인 문제의 유무를 짜져 물었고, 정 총장은 우리나라 교육부에 등록된 학교가 아닌 법적 실체를 우간다에 두고 있기에 한국 교육법의 문제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IESUS가 AIGS(국제교육원) 학생들과도 관련이 있으며, 여기에 불참할 경우 불이익이 있었고, 비밀리에 진행됐다고 들었다”며 물었고, 이에 정 총장은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당사자인 히우 꽁 투원 목사가 직접 말했으면 좋겠지만 영어를 사용해 쉽지 않으니, 진상조사에서 그 부분에 대한 반론을 만들어 프린트해 온 것이 있으니 그것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교계 언론인 뉴스파워의 보도에 따르면 히우 꽁 투원 목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IESUS 프로젝트는 자신이 주도하고 주관했으며, 정 총장은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반해 교수협의회측은 “정흥호 총장은 총장에 취임하기 전인 2018년부터 수익/영리적 목적의 사이버 대학교 IESUS 설립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으나, 적법 절차를 통해 진행된 진상조사에 협조하지 않고 공청회라는 채널을 통해 자신의 주장만을 전달하려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학생들은 정 총장의 적극적인 반론과 히우 꽁 투원 목사의 IESUS 관련 설명 문건을 통해 IESUS에 대해선 납득했지만, 정 총장의 좀 더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 학생은 공청회 자리가 총장의 이야기를 듣고 알아서 판단하는 자리인지, 아니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자리인지 반문하고, “알아서 판단하라고만 하지 말고, 총장님이 앞장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정 총장은 이에 “정말 그러고 싶다. 당사자로서 거론되니 이야기를 하면 항상 반론이 있다. 이해하고 소통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부분들인데, 그런 과정들이 자꾸 지나가버려 개인적으로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지면되고 회피할 생각은 없다. 이사회에 올라가 있으니 최종적인 결정을 하겠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결과만 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정보들을 충분히 인지하고 최종적으로 결정을 보면서 뭐가 바른지 판단해 볼 수 있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 이날 공청회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생존에 갈림길에 선 학교를 위해 편 가르기가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이날 현장에서 학생들의 관심이 IESUS에 집중됐다면, 동문들의 관심은 한국개신교미래연합총회(KUPA) 관련 의혹과 김형국 이사 추천에 대한 잡음 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렸다.

한 동문은 “학교를 사랑하는 동문으로서 분쟁은 없어야 한다. 동문들은 총장님이 중간에 그만두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총장님이 매우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고, 다른 동문은 “새롭게 선임되는 이사 문제가 이슈가 되는 듯하다. ACTS 설립 목적이라든지, 신학정체성이 있는데, 새로운 분이 왔을 때 학교 정체성이나 지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김형국 목사의 이사 추천에 대해 반감을 표했다.

또 다른 동문은 “ACTS는 교수님들의 학교도 아니고, 이사진의 학교도 아니다. 학생과 동문들의 학교다. 내가 나온 학교가 불명예스럽게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ACTS는 신앙양심이 살아있고, 복음주의가 살아있는 학교다. 김형국 이사가 들어와선 안 된다. 이사장이 추천했는데, 책임지셔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 동문은 또 모 교계 언론이 제기한 ACTS의 교단화 의혹에 대해서도 “한국개신교미래연합(KUPA)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교단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 학교 교수님이 총회장이다. 사직처리, 파면처리 해야 할 사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정 총장은 “일어나고 있는 이슈이기도 하고, 앞으로 더 다뤄져야 할 문제다. 전체적으로 학교가 어떻게 나가야 하고, 정체성과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것에 대해 십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심사숙고하겠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한편 교수협의회는 ACTS의 교단화 의혹과 관련해 ACTS는 어떤 특정 교단 또는 단체에 부속된 신학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면서 “일부 기독교 언론이 ACTS가 특정 독립교단과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교회 연합적 정체성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기사를 게재했으나 총장은 소극적 대처만을 하고 있다. 심지어 교수들이 왜곡된 기사로 인해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재학생과 동문들을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ACTS가 특정 교단에 연관된 바 없고 교회 연합적 정체성을 지키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학교 홈페이지에 올릴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이날 현장에서는 학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으로 풀기보다는 총장과 교수들이 직접 대화로 풀어서 학생들이 혼란스럽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정 총장은 “내 불찰이다. 구성원은 어느 한 부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전체적인 것을 취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화의 시간을 자주 가졌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한 동문은 “이것은 학교 내부의 문제다. 그러니 관련 당사자들이 다 있어야 한다. 당사자들이 다 모여서 이사 선임건도, KUPA 건도, IESUS 건도 이야기해야 한다”며, “창피하고 학교가 멍든다. 학교가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다. 총장님도, 이사님들도 한 발 물러서 학교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누구 편이 되지 말고, 하나님 편, 학교 편이 되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러한 의지를 모아 총학생회와 학부총동문회, 신대원동문회 등은 반쪽짜리 공청회가 아닌 모두가 소통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이사회와 교수협의회, 총장에게 빠른 시일 내에 갈등을 대화로 풀고 봉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입장을 담은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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