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탁기 목사.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가 내놓은 ‘코로나19 시대 한국교회 신생태계 조성 및 미래전략 수립을 위한 조사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응답자 중 86.0%가 한국교회의 혁신이 매우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요 개혁 대상으로는 ‘목회자’라는 답이 32.8%로 가장 높았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개신교 신뢰도 회복을 위해 가장 우선 개혁해야 할 것으로 ‘교회 지도자들의 삶’(29.9%)이 뽑히기도 했다. 이러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오늘 한국교회에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단하게 말하면 작금의 한국교회가 회개와 각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하며, 그 대상은 바로 목회자 자신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오늘 한국교회의 마이너스 성장의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 낮은 자로서 섬김의 본을 보여야할 목회자들이 초심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교회를 선도해야할 지도자들이 세상과 너무 가까워져 본질을 망각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목회자들의 모습은 초기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이미지와는 다르다. 더욱이 각종 범죄에 연루된 모습들이 언론을 통해서 비춰지면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이미지마저 땅바닥에 곤두박질했다. 때문에 한국교회 혁신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목회자를 가장 먼저 개혁 대상으로 본 응답자들의 눈이 틀리지 않은 셈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낙담하고 있을 순 없다. 변화와 개혁을 통해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 답은 간단하다. 한국교회의 혁신이 필요한데, 개혁 1순위가 목회자라는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목회자가 먼저 깨어지고 거듭나면 된다.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우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주님의 몸 된 교회의 꼭대기에서 권력을 부리는 모습이 아닌 주의 종으로서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회귀해야 한다. 더 이상 세상의 재물과 권력을 탐하지 않고, 이 땅의 소외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실추된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되살리고,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되살리는 첫걸음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대신에 지금 당장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 기회를 영영 놓쳐버릴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의 시대가 어쩌면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교회가 나서서 마스크를 만들어 나누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생필품 키트를 전달한 부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바로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의 아픈 곳을 치유해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해법이다. 해마다 교회가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재정을 10%이상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특히 우울증 등 정서적으로 불안에 처한 국민들의 고통을 교회가 보듬어주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은 교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일제시대든, 6.25전쟁 중이든, 군사독재치대든 불안에 떨고 있는 국민의 손을 잡아준 것이 한국교회였듯이, 오늘 코로나로 고통과 절망에 빠진 국민들의 손을 잡아줄 유일한 것이 바로 한국교회임을 명심해야 한다.

비록 몇몇 교회나 단체들의 행태로 인해 감염확산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혔고, 물러설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이미지 실추를 맛본 한국교회지만, 이제부터라도 교회의 본질, 목회자의 본질을 회복해 그늘진 음지 모습이 아닌, 밝은 양지의 모습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리스도교회협 증경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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