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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길 목사] 힘이 다한 어느 날
권성길 목사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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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03  11: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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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 성 길 목사

 비가 오고 눈이 올 때, 요즘은 편의점에서 우산을 쉽게 살 수 있다. 요즘우산은 과거와는 달리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워서 두고두고 사용한다. 그렇다보니 가정에는 일회용 우산이 여러개 있다. 감히 일회용이라는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 졌다. 길거리에 버려진 저 우산도 누군가 잘 사용하다 비가 그쳐 버려두고 갔을 것이다. 귀찮거나, 깜박하고 놓고간 우산일 것이다.

요즘은 가장 흔한 것이 우산이다. 행사에 참석하면 여지없이 우산을 기념품으로 받는다. 그만큼 세상이 좋아졌다는 말이다. 예전 같으면 비오는 날, 비닐우산 하나를 놓고 형제들 간에 서로 차지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다. 당시의 대나무에 비닐을 입힌 비닐우산은 한번 쓰면, 다음에는 쓰지를 못했다. 40세 이상 된 분은 투명하게 비치는 파란색 비닐우산을 기억한다. 여기에 많은 추억이 담겨 있다.

나중에는 노란색과 분홍색 우산이 나오기도 했지만, 거의 파란색,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하늘색이 대부분이었다. 하늘이 들여가다 보였다. 혹시 바람이라도 불면 홀딱 뒤집어져 결국은 버려야만 했던, 대나무에 파란비닐을 입힌 우산. 아버지는 망가진 우산살로 연도 만들어 주어 띄우기도 했고, 연을 만들어 선물로 자녀들에게 주었다. 가오리연 방패연 등등, 기억 속에 아물하다.

살아가면서 간혹 그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비닐우산이 뭐가 좋아 그립겠는가. 지금 것이 훨씬 더 좋은데. 그냥 그 시절의 시간이 그립다. 비 내리는 날 등교하기 직전, 형제들 간에 서로 우산을 차지하기 위해 전투 아닌 전투를 벌였던 일, 형 몰래 우산을 감추어 놓았던 일, 형과 함께 하나의 우산에 의지한채 등교했던 일, 바람에 우산이 날아갔던 일 등등.

우산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아이는 연도 되어주고, 멋진 치장을 거쳐 조명도 되어준다. 한 가지 역할만 하고 자기 생을 끝내는 게 아니었다. 두 가지, 세 가지,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사라졌다. 그런 아이가 어디 우산뿐이겠는가. 술을 담던 병이 꽃을 담는 꽃병이 되고, 필통이 되기도 하고, 멋진 장식이 되기도 했다. 오늘 이렇게 재활용되는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안타깝다. 세상이 그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나는 어떤지 모르겠다. 힘이 다한 어느 날 재활용이 가능할지 생각해 본다. 아버지로, 목사로, 봉사자로,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그 다음은 어떨는지…. 다시 쓰이려면 정말 잘 사용해야겠다. 이런 마음으로 오늘도 한 걸을 더 걷는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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