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2020년 한 해가 여느 해처럼 역사 속으로 아듀를 고하고, 2021년이 시작되더니 어느덧 설을 쇠었다. 지난해 2020년을 시작하면서 각 교단 총회들과 연합기관들과 교회들은 야심찬 도약을 다짐하며 힘차게 출발했지만 그 결과는 비참을 넘어 처참했다.

새로운 시작도 하기 전에 중국으로부터 몰아닥친 역병 바이러스 ‘코로나19’의 창궐은 우리의 도약을 허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극단의 퇴락을 불러왔다.

창궐하는 역병 앞에서 한국교회는 허망할 지경으로 속절없이 세상에 속살을 들어내며 무너졌다.

한국교회는 위기 앞에 심히 무기력했다. 교회를, 기독교를 이 시대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는 현 정권과 언론이 공모하는 frame의 덧과 정부의 반기독교적 정책과 불평등한 방역조치 앞에 한국교회는 천 갈래로 나눠지더니 여지없이 무너졌다. 더 비참한 것은 정부의 바람잡이에 대응은 고사하고, 기독교 내부의 진보와 보수의 진영논리에 협잡되어 서로 찢고 발리는 일에 열중하며 돌팔이 의사처럼 자기 몸을 난도질하며 서로를 죽였다.

이 형국을 보며 사사기 7장의 사사 기드온이 미디안을 공략할 때 미디안 진영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는 것은 나만 인가.

사사기 7:22말씀이다. “삼백 명이 나팔을 불 때에 여호와께서 그 온 진영에서 친구끼리 칼로 치게 하시므로 적군이 도망하여….”

한국교회는 중앙재해대책본부의 구령에 맞추어 예배당 규모의 50%. 30%. 20%. 10%. 영상예배 송출을 위한 20명 이내, 등등으로 제한당하는 일에 훈련된 병사처럼 되어버렸다.

한국교회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꺼리도 되지 않는 흠집 내기와 트집 잡기 그리고 인민재판식 몰이와 여론호도 앞에서 각자가 자기 뽐내기 다툼의 분탕질로 한국교회는 스스로 나아갈 바를 잃었다.

과거 보수와 진보 간에 경계선을 지키며 소리를 내던 한국교회의 건강한 정치적 양립은 그 균형이 깨진지 오래다. 옳고 그름의 기준도 사라졌다. 내 생각과 다르면 덧씌우는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프레임 앞에서는 성경도 통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성경은 자기 진영의 논리를 포장하고, 주장하기 위한 변증적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목사가, 장로님들이 주일예배 직전까지 SNS로 뿌리는 많은 글과 영상은 예배를 잃어버린 듯 이념적이고, 편향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말씀 증거를 위해 말씀 단에 오르며 심란(心亂)하기 이를 데 없는 때가 다반사여서 주일에는 아예 핸드폰을 끈다.

성경이 단호하게 금하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근본주의자’라는 낙인을 찍고, 동성애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앞에 성경적이고, 이성적인 반대에 극우 프레임을 씌우고, 성경적 가치주장을 진영논리로, 편협한 기독교 이기주의로 내 몬다. 성경적 가치와 신앙과 신학을 제거하려는 듯이 양 극단에서 퍼붓는 십자포화는 심히 저급하고, 치욕을 넘어 부끄럽다.

어쩌다가 한국교회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성경적 기준으로 가치를 분별하고, 판단하고, 어떤 이념도 제어해야 할 기독교가 원인 불명의 [개신교]가 되어 낡은 세속 정치기준의 보수와 진보로 편을 갈라 성경을 절단 내고 있다.

상황적이고 시대적인 정치이념에 절대 진리이신 하나님을 가두거나 하나님을 도구화하면서도 하나님의 역사와 은혜 운운하는 이들의 이율배반적 행위가 만유의 하나님을 그들의 도구로 수하(手下)의 하나님으로 축소 전락시키고, 사탄이 하듯 성경을 제해석하고 있다.(창3:1~5)

이런 현실이 변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2021년을 맞아 살아가는 일이 온 몸이 떨리도록 두려운 것은 어쩌랴. 지난해를 뛰어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최악을 마주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우리를 떨게 한다.

이런 때에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진리를 바로 세울 구심점을 본능적으로 희구한다.

정치나 시대적 이데올로기가 아닌, 말씀의 다스림 앞에 무릎을 꿇고, 회개를 이끌며 한국교회가 하나로 거듭나기 위해, 난립한 소아적 연합기구의 통합을 피를 토하는(血吐) 심정으로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이끄는 지도자들께 구한다.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기득권과 작은 주장들을 내려놓고, 다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며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 이 난세와 난국을 말씀으로 제어하고, 다음세대를 향해 바르고, 큰 걸음을 걷게 되기를 무릎으로 기대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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