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고 현 목사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내가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요 4:14)

흔히 우리는 “나는 이것 때문에 불행하고, 저 사람 때문에 불행하다”며, 투덜거린다. 그러나 우리가 불행이라고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은 <행복>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오늘도 자기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소개한다.

설악산의 작은 거인 임기종(64세)씨는 48년 동안 설악산에서 지게질만 한 지게꾼이다. 키가 160㎝, 몸무게 60㎏도 나가지 않는다. 머리숱은 듬성듬성하고 치아는 거의 빠지거나 삭아서 발음까지 어눌한 사람이다. 그는 열여섯 살 때, 처음으로 지게질을 시작한 이후, 48년간 오직 설악산에서 짐을 져 나르고 있다.

그리고 그는 삯을 받아서 정신지체 2급의 아내와 그 아내보다 더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아들을 부양하고 사는 산 사나이이다. 맨몸으로 걸어도 힘든 산길을 40㎏이 넘는 짐을 지고 날마다 산을 오르내린다.

하루에 작게는 4번 많게는 12번이나 설악산을 오른다. 설악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상인들과 사찰에 필요한 생필품을 져다주고, 그가 받는 삯이 한 달에 200만원  남짓이라고 했다. 한 달에 200만원이야 누구에게는 이 돈 이 별 것 아닐지 모른다.

그는 충분한 돈이라고 했다. 아내가 장애인이라 정부로부터 생활 보조비를 받기 때문에 부족한 가운 데 서도 생활이 가능하고 술 담배를 안 하고 허튼 곳에 돈을 쓰지 않으니 먹고 사는데 불편이 없다.

그런데 한낱 지게꾼에 불과한 그를 많은 사람들이 왜 작은거인이라고 칭송할까? 그 까닭은 그가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는 십년이 넘도록 장애인 학교와 장애인 요양시설에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독거노인들을 보살피고,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자신이 번 돈 모두를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임기종씨가 그렇게 사용한 돈이 수천 만 원이 넘는다고 했다.

이 작은 거인은 이렇게 말한다.

“힘들게 일을 하지만 적어도 땀 흘려서 번 이돈 만큼은 내 자신을 위해 사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마다 산을 오른다. 자신이 지게를 짊어지지 않으면 휴게소 상인들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어떤 날은 가스통을 4개나 짊어지고 산을 오르고 어떤  날은 100㎏이 넘는 대형 냉장고를 통째로 짊어지고 산을 오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지게를 지는 요령을 몰라 작대기를 짚고 일어서다가 넘어지기 일쑤였다. 너무 힘들어 몇 번이나 그 만둘 생각도 했다. 하지만 배운게 없고, 다른 재주가 없으니 육체일 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 때는 내 몸뚱이 하나 살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교연 총무협 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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