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모든 성소수자 군인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트랜스젠더 군인 고 변희수 하사의 2020년 1월 22일 기자회견문이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트랜스젠더 군인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혐오와 편견, 차별 없는 자유로운 곳에서 평안히 영원한 안식에 들기를 기도했다.

공대위는 추모성명을 통해 “온갖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성소수자들의 연달은 극단적인 선택 앞에 고개 숙여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다시는 고 변희수 하사의 죽음과 같은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어느 곳에서도 누구나 차별 없이 살아가는 평등한 사회를 향해 계속해서 일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공대위는 “우리 사회는 변희수의 다양한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지 못했고, 특히 정부와 군은 변희수 하사에게 오래도록 깊고 명백한 상처를 남겨왔다”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할 수 없다는 낡고 반인권적인 사고에 갇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렸으며, 여기에 더해 이름 없이 날아오는 차별과 혐오의 손가락질은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군은 불과 3일 전인 지난 3월 2일에도 법원에 변희수 하사를 강제 전역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제출한 바 있다”며, “남성의 성기가 없는 것이 장애라서, 성기재건수술은 고의로 신체를 훼손한 자해라서, 군 복무에 부적합할 것 같아서,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없어서 변 하사를 군대에서 쫓아냈다는 황당한 내용을 54페이지나 작성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육군의 변 하사에 대한 애도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공대위는 “육군은 4년간 동고동락한 전우의 부고에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군의 입장을 낼 것은 없다’며 몰염치한 애도를 전했다”며, “육군의 반응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튿날 국방부는 애도를 전하면서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 제도 개선 검토는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단서를 덧붙였다”고 꼬집었다.

덧붙여 “혹시라도 누가 애도를 사과로 오해할까 걱정한 모양이다. 무엇을 슬퍼하는지, 누구를 위로하는지 알 길도, 갈 곳도 없는 엉망진창의 애도”라며, “지금 군이 변 하사에게 전해야 할 것은 애도가 아닌 사과며, 핑계가 아닌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우리는 소수자의 다양한 삶이 배제되고, 낙오하고, 모자란 삶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존엄한 삶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기필코 회복할 것”이라며, “서로를 향한 깊은 위로 속에 변희수의 내일을, 우리의 오늘을 다시, 함께 살아가자”고 단언했다.

한편 공대위는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군인권센터/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더불어민주당 성소수자위원회 준비모임/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무지개예수/ 성소수자 부모모임/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인권운동사랑방/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중앙대학교 자유인문캠프/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트랜스해방전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등이 뜻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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