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 북으로
틔어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 문 현 미 시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한나라 원제의 후궁 왕소군은 뜻하지 않게 흉노족의 선우 호한야와 결혼하게 되어 흉노 땅에서 살다가 35세에 세상을 떠났다. 후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왕소군의 서글픈 심정을 대변하는 시를 지었는데 거기에 나오는 시구詩句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봄을 맞는 심정이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이 시는 우울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디에 발을 디딜까 고민하는 힘겨운 사람들에게 힘과 꿈과 희망을 준다.

시인의 눈과 가슴에 들어온 봄은 바람결에서부터 다르다. 꽃샘 추위를 몰고 오는 바람이 아니라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를 실어오는 바람이다. 그 바람결이 오랜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자아내게 한다. 시인의 눈은 이윽고 골목길에 이르러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은 희망을 노래한다. 유행가의 “봄이 왔네 봄이 와- 숫처녀의 가슴에도” 노랫말처럼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봄을 맞으면 “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그래서 시적 화자는 “무슨 일을 하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나고 더욱이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고 할 만큼 선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많이 맺을 수 있다. 마지막 연에서 시적 화자는 다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을 부른다. 그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리고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는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시인의 상상력이 긍정의 아이콘을 달고 종횡무진 신선한 봄의 이미지를 불러 일으킨다. 시의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산뜻한 긴장미가 감도는 시로 인해 독자들의 걸음걸이가 한결 가벼워지리라. 곳곳에 연둣빛 공기가 차 오른다. 봄사람이 되는 기쁨의 싹이 돋는다.

백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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