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성 길 목사

 쉰 살이 접어든 영조는 어느 날 운동을 하면서 몸이 좀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대학생 아들한테 팔씨름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당황했다. 아들의 손을 잡고 보니 턱없이 힘이 달리는 것을 느꼈다. 팔목이 꺾이려고 하는 순간, 아들이 살짝 팔씨름을 져주는 것이 느껴졌다. 아들이 분명 이길 수 있었는데 말이다. 자신을 생각하면 씁쓸하고, 아들이 생각하면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영조는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다. 예전에 아버지와 팔씨름을 할 때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팔씨름을 이겨 먹겠다고 덤볐데, 아무리 용을 써봐도 당시에는 아버지를 이길 수 없었다. 옛날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고향 아버지 집을 찾아갔다. 위풍당당하고 기골이 장대하던 아버지는 이제는 노인이 돼서 머리도 새하얗게 세고, 근육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가랑잎처럼 말라 있었다.

“아버지! 저랑 팔씨름합시다!”

“그래! 좋다!”

아버지와 팔씨름을 시작했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어릴 때 팔씨름할 때는 아무리 해도 넘어가지 않고 두 손을 잡고 해도 이길 수 없었는데, 이제 아버지는 너무나 약해져 있었다. 그러나 영조도 아들이 자기한테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한테 져드렸다.

“나 아직 안 죽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으시는 것을 보고,  영조는 속울음을 삼키며, 효도라는 것을 처음 해본 사람처럼 아버지와 꼭 닮은 웃음을 저어 보였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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