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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직 「광부.1」 전문(평설 정재영 장로).
정재영 장로  |  webmaster@c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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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29  14: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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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땅에 묻힌 할아버지보다
더 이전에 땅에 묻힌 조상님네보다
더 깊은 땅속에 내가 있음은
살아가기 위해서지
죽기 위한 연습이 아니다
 
달아날 곳도 없는 비좁은 지하 막장
죽음의 신은 저 어둠 뒤에 숨어
언제라도 불쑥 튀어나와
 
내 목을 조를 기회를 엿보지만
 
내게도
날이 선 도끼, 날카로운 곡괭이
수많은 산을 잘라먹은
톱 한 자루 있으니 두렵지 않아
 
언젠가 한 번은 죽을 목숨이라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지
아직은!
돌아가야 해 지금은
 
따뜻한 아랫목에 밥 묻어 놓고
기도 소리 나지막이 날 기다리는
그 창가 불빛 환한 나의 집으로

* 성희직 시인 :
1991년 시집 『광부의 하늘』을 간행하면서 작품 활동.
시집 『그대 가슴에 장미꽃 한 송이를』
현재 정선진폐상담소 소장

광부는 지하에서 활동하는 만큼 극한직업의 하나다. 당연히 즐거움이나 기쁨이 아닌 아픔과 좌절이 시적 오브제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타성에 젖은 넋두리나 신세한탄의 고백으로 그치면 안 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느 주제이건 시는 시적 미학성으로 예술적 효과를 명백히 보여주어야 한다. 흔히 대중과 소통을 하기 위해 행갈이나 하고서는 시라고 발표되는 산문 같은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 유혹을 선명하게 지워주고 있다. 감동의 강열함은 이야기 자체보다 시적 수사학에서 효과를 상승시켜주기 때문이다.

1연에서 나오는 삶의 고달픈 모습을 마지막 연에서 희망으로 반전되는 구조는 양극화된 요소 즉 이질적이고 상반성의 구조의 효과를 신뢰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암흑 속 지하의 좌절을 따뜻한 아랫목과 불빛이 있는 환한 가정으로 전환시킨 그림을 상상할 때, 저절로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기도라는 종교성의 이미지다. 제도적 구조 변화에만 희망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존재를 신뢰하고 있는 종교성으로 경건한 마음까지 유발해 주고 있다. 이 점은 단순히 부조리한 사회구조 개혁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엿보인다.

2연과 마지막 연 사이에 투쟁적인 모습을 배치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연에서 환한 불빛으로 상징한 희망의 존재를 암시하여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숨겨서 말해주는’ 수사법을 은유라 하지 않는가. 특히 기도란 인간과 신의 연결 행위로 좌절을 초월하여 희망을 주는 방법론임을 숨겨서 진술하고 있는 면은 대단한 착상이다. 이 점이 또한 지하와 지상이라는 대비 효과가 만들어 주는 시적 구조의 효과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언어예술인 시가 심리적으로 감동을 주는 이유는 시적 수사법에 기인한다는 것을 작품 속에 나타난 미학성으로 극명하게 확인시켜준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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