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5년까지 자녀가 아버지 성을 따르도록 한 ‘부성(父姓) 우선’ 원칙을 폐기하고, 또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른바 ‘비혼 커플’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하는 등 기본 가족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추진하게 될 이 계획에 따르면 부부가 협의하면 자녀에게 어머니의 성을 물려줄 수 있게 된다. 또 그동안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다양한 집단을 ‘법적 가족’의 범주에 포함함으로써 동거 및 사실혼 가정, 노인 동거, 학대아동 위탁가정 등도 법적 가족으로 인정되게 되었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이를 위해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형제자매 등만 가족으로 정한 민법 779조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재산 분배 등에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고, 동거가정에서 발생한 폭력도 가정폭력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기존 가족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이유는 법이 바뀌는 사회구조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가족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가족 집단이 겪고 있는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가 언급한 “바뀌는 사회구조”란 대표적으로 최근 방송인 사유리 씨가 아버지 없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기를 출산해 화제가 된 이른바 ‘비혼 출산’ 문제를 말한다. 이 문제에 대해 여성단체는 대체로 환영하고 있는 반면에 “인간이 무슨 번식집단이냐”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현행법상 비혼 출산이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금지 조항이 없다고 해서 다 가능한 것도 아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윤리지침에 따르면 정자 또는 난자 공여에 의한 임신 출산은 법률혼이나 사실혼 부부만이 시행할 수 있다. 이것이 법은 아니지만, 의료계는 사실상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수용하는 입장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한 ‘비혼 출산’ 문제는 정부가 개입한다고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여성만의 문제도 아니고, 남성이 하려면 난자 공여자와 대리모가 필요해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여가부는 정자은행과 난자은행의 활성화를 거론하고 있으나 기증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문제, 그렇게 해서 출산 아이가 부 또는 모를 알 수 있게 할건지 모르게 할건지 등 복잡한 문제가 뒤따르게 된다.

교계는 정부가 기존의 가족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근본 목적이 동성애 커플, 동성혼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여가부는 동성혼 문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성숙되지 않았다고 보고 이번 계획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가정에 달을 앞두고 이런 ‘비혼 출산’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화두’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변화와 추세가 인간을 상품화하고 우생학적 선별 출산으로 이어져 생명 경시 현상을 부채질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정에 달이면 유독 주목받는 미혼모, 홀부모 가정 등 우리 사회의 소외된 가정은 외면한 채 자꾸 새로운 가족 형태를 만들려는 정부의 계획이야말로 건강한 가정을 해체하는 위험천만한 시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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