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성 길 목사

 영수는 군대 시절만 떠올리면 몸서리를 칩니다. 선임이 너무나 못살게 굴었기 때문이다. 별거 아닌 일로도 허구한 날 욕설과 구타를 당했다. 그런데 얼마 전 거리에서 그 선임과 딱 마주쳤다. 제대하던 날 다시는 그 선임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 원수를 외나무다리가 아닌 거리에서 마주친 것입니다. 그 순간, 군대시설이 파노라마처럼 영수의 머릿속을 스쳤다.

갑작스럽게 닥친 순간이라서 영수는 선임을 굳은 얼굴로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 선임이 영수를 불렀다. 영수는 선임의 목소리가 끔찍하게 싫어서 못 들은 척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그런데 그 선임이 쫓아와 악수를 청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 많이 괴롭혔지? 미안하다. 철없는 시절이었다.”

영수는 차마 손을 내밀지 못하고 멀거니 선임의 손을 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선임은 머쓱한 손을 잡더니 잘 살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영수도 몇 발짝 걸음을 옮겼지만, 곧 몸을 돌려 멀어지는 선임을 향해 말했다.

“어디서든 건강히 잘 지내십시오!”

그 말에 선임이 걸음을 멈추더니 여러 감정이 뒤섞인 얼굴로 영수를 보았다. “미안하다. 철없는 시절이었다…” 이 한마디 사과로 영수는 지난 아픔을 잊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증오하던 그 사람을 용서하고 복을 빌어주는 넉넉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세상에서 가장하기 힘든 말은 ‘미안하다’라는 말이다. 고맙다는 표현보다 미안하다는 사과는 입 밖으로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힘든 만큼 ‘미안하다’라는 그 말은 상황을 다 좋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사과를 한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한 사람이 용기를 내서 고백한 사과 한마디가 다른 한 사람의 용서를 가져왔다.

증오하는 마음은 쉽게 접어지는 것이 아니다. 용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증오하던 사람에게, 용서하지 못하던 사람에게 축복을 건네는 일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미워할 수밖에 없는 사람을 이해하고 축복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승리이다. 사과와 용서는 서로를 다 성숙하게 하고 진정으로 승리하게 하는 참 멋진 일이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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