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곤 목사.

6월 6일 현충일을 맞은 지난 주일 가정마다 태극기가 계양됐다. 바람에 나부끼는 태극기만 봐도 우리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 바쳐 희생한 우리 선열들의 기개가 느껴진다. 누군가의 아버지로, 또는 누군가의 아들로, 연인으로, 형이자 동생으로 조국의 부름을 받아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도 전진했던 그 모든 순국선열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솔직히 이들의 피와 땀이 아니라면 오늘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세상이 됐을지 모른다. 매일 영위하고 있는 자유는 온데간데없고, 평소 당연하다고 느꼈던 모든 것들이 내 것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자유민주주의의 표본이자, 경제대국, IT강국의 면모는 사라지고, 세계인의 가슴 속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기억조차 되지 않는 나라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모두가 내 몸 보다 조국수호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그들의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을 살펴보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순국선열들이 어떻게 지킨 나라인데, ‘헬조선’이란 말까지 버젓이 등장할 정도로 내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이 사라져버렸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기보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국민이 되기를 꿈꾸고 탈 한국을 시도한다. 그리고 탈 한국을 성공한 그들은 자신이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이 떠들어 대고, 심지어 여전히 한국 사람으로 남은 자들을 향해 조롱까지 한다. 이들에게 내 나라의 개념은 무엇인가. 그들이 스스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격을 내던지고, 선택한 제2의 나라가 모국이 될까. 분명한 것은 그 나라에선 그저 이방인일 뿐이다.

참으로 억장이 무너진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가만히 보면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는 말인 듯 하다. 흔히 말하는 ‘국뽕’까지는 아닐지라도, 내 나라를 부인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솔직히 대한민국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인가. 일제의 식민지 이후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오늘 세계의 중심에 선 임팩트 있는 나라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급성장한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은 여러 나라의 표본모델이 되고 있다. 어디 가서 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해도 될 정도로, 인지도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이렇게 소중한 나라인데, 국민들이 스스로 지켜내지 못하면 누가 지킨단 말인가.

6월 전국 산야에 70여년전 울려 퍼진 총성이 여전하고, 화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오버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대한민국이 진통을 겪은 지 아직 100년도 되지 않았다. 내 나라를 부인할 것이 아니라, 자부심을 갖고 내 나라를 더욱 부국강병이 되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이다. 피로서 지켜낸 이 나라가 위기에 처한 순간, 분연히 일어서 다함께 극복해 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은 1000번에 가까운 외세의 침략에 끊임없이 저항했고, 일제의 총칼에 굴하지 않고 목숨으로 독립을 외쳤으며, 6.25전쟁 속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앞장섰다. 또 배고픈 시절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대국의 꿈을 키웠고, IMF시절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 금을 모았으며,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에 전 국민이 나서 시커먼 기름때를 닦아냈다. 말 그대로 불굴의 공동체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든 지금, 불굴의 공동체적 기상이 필요하다. 순국선열이 피와 땀으로 나라와 민족을 지켜냈다면, 이제 우리는 한 마음 한 뜻으로 나라를 살리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애국이며, 애족이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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