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 성 길 목사

 이 세상에 마음대로 되지 않은 것이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재물과 건강, 그리고 자식이다. 그중에서도 자식처럼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또 있을까.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하지만 많은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그 세 가지 중에서, 재물이나 건강은 절망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지만, 자식만큼은 절망도 포기도 할 수 없다.

큰 언론사의 CEO인 분이 있다. 그에게는 아주 말썽꾸러기 아들이 있다. 그 아들은 사춘기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반항을 하고 가출을 일삼았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일이다. 그날도 아들을 집에 안 들어왔다. 어디서 또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걱정이 됐지만, 연락이 닿지 않으니 한숨만 나왔다.

새벽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전화가 와서 받았다. 그런데 전화 너머에서 아들이 병원에 있다고, 위급하다고 했다. 쓰레기봉투를 멀리 던져버리고 운동복 차림으로 뛰어가 무작정 택시를 접어 탔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릴 때 보니까 지갑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에 너무 급해서 지갑을 안 들고 나왔습니다. 제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택시비는 꼭 갚겠습니다.”

택시 기사는 괜찮다고, 아들이 무사하기를 바란다고, 얼른 가보라고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병원에 가서 보니 아들은 몸이 다 부서져서 누워 있었다. 팔다리, 목, 어깨… 어딘 한 곳 무사한 곳이 없었다. 친구 형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가 밤에 사고가 난 것이다.

차가운 밤거리에 쓰러져 있었지만 다른 차들은 다들 쌩쌩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이른 새벽 한 젊은이가 차를 세우고 거리에 쓰러진 아들을 구해주었다고 한다. 만이 그 청년이 아니었다면 영영 아들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의식 없는 상태로 며칠이 흘렀을까… 아들에게 제발 살아만 달라고 애원했다. 그동안 공부해라, 얌전히 살아라, 부모로서 요구했던 모든 것들이 다 소용없어지고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어졌다. 그저 살아만 달라고 호소했고, 오직 살아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 기도가 통했던 걸까…. 그날도 새우잠을 자며 아들을 간호하는데 “나 배고파….”하는 아들의 소리가 들렸다.

“나 배고파…”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감사 기도를 올리며 펑펑 울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온몸이 다 부서졌지만 그래도 입은 성했나 보다. 입이 있으니 음식이 들어갈 수 있었다. 음식이 들어가니 회복이 빨랐다. 아들은 서서히 회복했고,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의류 판매장에서 일한다. 그는 말한다. 이제 그 아들에게 바라는 거 하나도 없다고, 그저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면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여야 한다. 몸과 마음이 그저 건강한 것, 그 이상의 바람은 어쩌면 욕심인지도 모른다.

새세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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