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교회의 정신과 유산을 이어받은 한국교회가 선교 1세기를 지나면서 개혁의 대상으로 지탄받고 있다.

작금의 한국교회의 현실은 부패와 오만, 달콤한 죄악에 빠져있던 495년 전 당시의 그 교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영적 분별력을 상실한 한국교회는 중세 성직매매와 면죄부에 못지않은 추악한 세속화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리던 한국교회의 타락은 종교개혁의 등불을 밝혔던 신앙선조들의 찬란한 유산을 또다시 중세의 흑암같은 긴 터널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교회의 현실이 이토록 참담하고 암울한 지경에 놓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한 마디로 영적 타락에 기인한다. 영적 자각 능력의 상실이 교회의 세속화를 불러와 맘몬주의와 물신주의가 주님의 십자가를 떼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개교회주의의 어두운 그림자가 이 사회와 이웃공동체에까지 짙게 드리우며 교회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으며, 교인간 수평 이동을 양적 부흥으로 눈가림하는 부끄러운 현실은 한국교회가 이 땅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마저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그리스도의 거룩한 제자도를 실천해야 할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타락과 금권만능주의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지탄과 기독교 안티세력의 확산, 이단사이비의 발호는 한국교회에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네 탓 내 탓 할 것 없이 모두 하나님 앞에 엎드려 부끄러운 죄악을 낱낱이 고하고 회개해야 한다. 경제적 풍요 속에 영적, 성적, 도덕적으로 타락했던 이스라엘을 향해 회개를 촉구하며 재를 뒤집어썼던 호세아, 아모스 선지자의 피맺힌 경고를 들으며 모든 교회지도자들부터 엎드려 회개하고 돌이켜야 한다. 형제의 눈에 티는 지적하고 정죄하면서 내 눈의 들보는 빼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영적 게으름과 자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주님의 몸 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불신당하고 조롱받는 현실을 아프게 직시하며, 우리 사회가 보내는 차가운 시선까지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여 새로운 출발과 희망의 근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둡고 썩었다 하더라도 그리스도인들마저 더불어 어두워지고 썩어져갈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말씀하신 바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타인을 위해 존재하며, 스스로를 섬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을 섬기고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한국교회 지도자 모두가 다시한번 뼈저리게 각성하고 실천할 때 제2의 종교개혁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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