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0일 서울대성당 프란시스홀에서 제3차 실행위원회를 갖고, 조직 확대ㆍ개편을 결의했다. 100여일 동안 사의 표명 등으로 혼선을 빚었던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도 복귀했다. 이로써 세계 개신교계의 영적 올림픽으로 불리는 WCC 제10차 총회 준비가 한층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WCC에 대한 복음주의권의 반발이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고, 조직위 확대ㆍ개편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조직 확대가 어느 규모인지 구체적으로 누구를 포함하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준비위원회 출범 이후 계속됐던 내부적 마찰의 불씨가 완전히 수그러들었는지도 의문이다.

WCC 한국준비위원회는 출범 이후 내부적 마찰이 계속됐다. 예장통합, 기장, 기감, 성공회 4개 회원 교단간의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고,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최근에는 WCC 총회 유치에 기여했던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100여일간 표류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 열렸어야 했던 실행위가 지난달 20일에야 열린 것은 이를 여실히 반증하고 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열린 실행위와 김삼환 목사의 복귀가 반가운 것은 사실이다. 이날 실행위에서 감리교 신복현 목사가 “한국 사람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 시험 전날 당일치기인 것처럼 비록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것처럼 준비가 매우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교회 특유의 저력을 발휘한다면 결코 못해낼 것도 없어 보인다.

그동안 WCC 준비에 있어 회원 교단간의 마찰, 자리다툼 등 수많은 문제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한국교회를 애타게 했던 것은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의 행보였다. WCC 부산총회를 한국교회에 유치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했던 김 목사가 돌연 위원장 사퇴의사를 밝히며 일순간 혼란에 접어들었다.

물론 일부 교단에서는 김 목사가 너무 WCC 준비에 있어 요직을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어쨌든 김 목사의 입지가 절대적인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만약 김 목사가 위원장을 사퇴했다면 한국교회로서도 WCC 준비에 당장 비상이 걸렸음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동안 김 목사의 사퇴의사를 둘러싸고 주변에서는 많은 추측이 있어왔다. WCC 반대측의 압박, 준비위 내부의 갈등, 교회협의 지나친 개입 등이 김 목사가 더 이상 버티기 힘들게끔 했다는 것이다. 특히 WCC를 반대하는 한기총측이 WCC를 유치한 김 목사를 ‘이단동조 혹은 연루자’로까지 거론했던 것은 오랜 시간 한국교회 대표 지도자로 위치를 확고히 한 스스로에게 굉장한 압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측을 뒤로 하고 지난 실행위 자리에서 김 목사는 자신의 지난 행보에 대해 매우 담백한 사과를 전했다. 김 목사는 지난 실행위에서 자신이 사퇴하려 했던 이유에 대해 “한국교회에는 지도자도 일꾼도 많은데, 대회를 앞두고 그런 훌륭한 분들이 이끌었으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나는 나대로 총회를 유치하는데 참여를 했기에, 대회에는 더 능력 있으신 분들이 참여하는 게 어떨까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어 “하지만 한국교회 어른들께서 계속하라는 요구가 있으셔서 순종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며 “하지만 WCC 부산총회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 전부에게 주신 축복이기에 결코 내가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한국교회 전체의 도움을 호소했다.

그 동안 WCC 반대측에 맞서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하지 못했던 준비위는 지난 실행위에서 조직 확대를 결의하면서 실질적인 홍보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준비위는 실행위에서 WCC 회원교단 및 교회협 회원교단을 넘어 타교단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집행위원장 김영주 목사는 “WCC 준비의 실효성을 발휘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WCC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한국교회에 상당히 퍼져 있는데 그동안 이것을 긍정적으로 바꾸지 못했음을 인정하며, 이제는 한국교회 전반적인 홍보를 위한 조직을 넓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는 준비위의 확대개편을 두고 그동안 보이지 못했던 적극적인 대처를 환영하고 있지만, 그 조직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준비위의 확대개편은 이미 한번 단행한 바 있지만, 논란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한국측 준비위가 지난해 9월 처음 꾸려졌을 당시 발표한 명단을 보면, 공동위원장 중 비회원교단 인물로 김삼봉 목사(예장합동), 노문길 목사(예장백석), 윤현주 목사(예장고신), 박재열 목사(예장대신), 장상래 목사(예장합신), 장종현 목사(예장백석), 윤태준 목사(기침), 주남석 목사(기성), 석광근 목사(예성), 이정익 목사(기성), 김명혁 목사(한복협 회장), 김요셉 목사(한교연 회장) 등이 포함됐는데 당시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기독교WCC반대대책위원회’의 임원직을 맡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확대개편에는 단순히 보여주기를 위한 조직 확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역할이 가능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인물을 포함시켜,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WCC 제10차 총회 개최지가 부산으로 결정된 것은 지난 2009년 8월 31일이다.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3년이 흐른 셈이다. 그러나 흘려보낸 시간에 비해 대회 준비는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WCC 총회에는 각국 개신교 지도자와 참관인, 자원봉사자 등 5000-6000여명이 참가해 2주 동안 신앙의 공감대를 확인하고 앞으로 WCC가 펼쳐 나갈 주요 정책과 사업을 세우게 된다. 이는 세계를 향해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며, 한국교회가 질적인 도약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계기이다.

세계 교회공동체의 화합과 공영을 목표로 하는 큰 행사를 힘을 합쳐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교회는 분열과 대립을 떨치고 세계교회와 함께 인권, 빈곤, 핵, 환경, 인종갈등과 국제분쟁, 폭력극복 등 인류 공통 과제에 대해 서로 깊은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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