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교회가 보여준 정치권 줄대기는 여전했다.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자신들의 정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숨기지 않았다. 과거 총선이나 대선이 있을 때마다 보여줬던 정치권력을 향한 한국교회의 해바라기가 올해도 여실히 드러났다. <관련기사 5면>

한국교회는 대선과 관련한 각종 기도회와 세미나 등을 정당화시키며, 기독교와 정치권 사이의 연결고리가 ‘끄덕’ 없다는 데에 자존감을 느꼈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정치참여의 수준을 넘어서 극성수준의 정치권 줄대기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130여명이 넘는 목회자들이 공동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고, 몇몇 목회자들은 콩고물이 떨어지기라도 바라는 마음에서 스스로 선거운동의 전방에 서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선거판에 이름을 알려 특정정당에서 기독교담당을 꿰차보겠다는 목회자도 있었다. 특별히 관계도 없는 행사에 특정정당의 인사들이 참가하는가 하면, 과시용으로 특정정당 인사들이 찾아온 것을 뽐내기도 한다.

안타까운 점은 일반 교회마저도 18대 대선에 큰(?) 뜻을 품고, 특정후보 밀어주기를 은연중에 하고 있다. 이들은 일요일 낮 예배시간을 활용해 교묘하게 특정후보를 미화시키고, 심지어 기도시간에 이 후보의 이름까지 들먹이며 찬양의 도를 지나치고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철새들처럼 정치권의 기러기들이 지역 목회자들을 만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역 교회 목회자들만 잘 잡으면 선거에서 수월하게 자리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교회당 교인 수만 헤아려도 몇 명인지 그들에게는 흡족한 계산법이다.

물론 일부 뜻있는 목회자들과 단체 등이 올바른 정치권을 바라는 마음에서 토론회 등을 준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양자구도로 점철된 대선후보들이 특정종교가 준비한 토론회에 성실하게 출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타종교에 미움을 살까 몸을 사리는 형국이다. 이들에게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됐다.

유독 올해 한국교회의 정치권 줄대기가 기승을 부린 데에는 종교편향 논란이 불거지면서 발단이 됐다. 올 한해 한국교회는 종자연과 관련, 믿었던(?)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각종 세미나에서도 종자연 논란을 둘러싼 대책마련을 위한 의견을 모으는데 바빴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원하는 해법을 찾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저 정부를 향해 돌아오지 않을 메아리만 외칠 뿐이었다.

결국 한국교회는 정부와 더욱 밀접해 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교회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들을 향한 찬양의 노래와 기도를 더욱 크게 하자는 입장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면밀하게 분석하면 정부를 향한 외침대신 스스로 정치권을 쥐고 흔들어보자는 입장을 취한 셈이다.

문제는 일부 단체나 교단의 아무런 대책도 없는 ‘불도저식’ 후보자 지지에 있다. 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한쪽에서 기도회를 열면 세미나를 준비하고, 토론회를 열면 집회를 여는 등 양보 없는 대리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에게는 후보자들의 공약이나 정책 따위는 관심이 없다. 오직 자신들의 편인지 아닌지 분별하기에만 바쁘다. 한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지도자를 선출하는데 관심이 있기보다는 진보진영에서는 진보의 투사가, 보수진영에서는 보수의 검객이 싸워 이기길 바라는 눈치다. 과거 대선이나 총선이 있을 때마다 보여줬던 구태의 모습이 이 순간에도 재현되고 있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