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용화 목사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우뚝 솟은 트리는 온화한 기운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 어떤 동장군이 와도 끄떡없는 웅장함마저 풍긴다. 이제 전국 각 지역에도 어둔 밤하늘을 밝게 비출 성탄트리 점등행사가 잇따르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린다는데 얼마나 은혜로운가.

그렇지만 지난해와 같이 이번 겨울에도 유난히 경건하고, 온화한 크리스마스가 될 전망이다. 과거 화려했다기보다 흥겨웠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찾아보기 힘든 지경이 됐다. 겨울철 전력량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소문에 저마다 대비책으로 불필요한 외부조명 설치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도 한국교회 스스로 성탄절에 대한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데 문제가 크다.

과거 이맘때쯤이면 도심의 어느 곳을 가던지, 불야성을 이룬 것과 대비해보면 참 조용한 겨울이다. 자의든 타의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돈벌이로 전락시킨 기업들이 스스로 그만 둔다니 환영할 일이 아닌가. 그래도 비싼 조명으로 휘황찬란하게 꾸며, 한몫 크게 벌어보겠다는 모습이 사라져서 속이 후련하다. 어느 때 보다도 트리의 은은하고, 경건한 빛이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세상에서 빛을 잃어버린 십자가탑이 과연 이 땅의 소외된 사람들과 경제한파로 어려움에 처한 국민들에게 빛이 될 수 있을까. 한국교회는 한번 쯤 생각할 때에 이르렀다.

그렇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 한명이라도 더 돌봐주는 소중한 시간으로 소비해야 한다. 과거 보여줬던 사랑의 종교로 회귀해야 한다. 회개와 각성을 통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야 한다. 성탄트리를 설치함에 있어도 이러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전국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등되는 시점에 한국교회가 그 기운을 빌어 새롭게 태어났으면 한다. 어두운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빛으로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나신 것처럼, 하늘엔 영광이, 땅에는 평화가 깃들길 바란다.

트리의 환한 불빛 하나하나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세상 구석구석 전해지길 바란다. 한국교회가 그 역할을 다했으면 한다. 물론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이 땅에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랑을 나눔에 있어 전력을 다한 것은 사실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트리처럼, 한국교회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도구로 쓰임받기를 원한다. 2012년 12월의 마지막 자락에 그동안의 분열과 갈등, 교권주의, 금권주의 등 과오를 금년이 가기 전에 반성하고,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한국교회의 잃어비린 빛을 다시 밝힐 수 있는 길이다. 다가오는 2013년에는 영광과 평화가 깃든 한국교회로 인정받았으면 한다.
천안성문교회 담임·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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