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사순절(lent)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교회력 절기를 말한다. 영어로 Lent라는 말은 만물의 소생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해 인류에게 주어진 영원한 생명(요한 3:16)을 의미하는 것이다.

3세기 초까지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2, 3일만 지켰었는데, 기간을 정한 것은 니케아공의회(325) 때부터이다. 그러다 그레고리우스 교황 때부터 40일을 지키게 되어 재(灰)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다.

이는 부활주일을 기점으로 역산하여 도중에 들어있는 주일을 뺀 40일간을 주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 묵상하며 경건히 보내고자 하는 절기이다.

40이란 수는 예수께서 40일 동안 광야에서 시험받으심, 40일간 시내산에서의 모세의 금식, 이스라엘의 40년간의 광야 생활, 예수의 부활에서 승천까지의 40일 등과 같이 성경에 여러 번 고난과 갱신의 상징적 기간으로 등장한다.

이에 고난 주간을 포함하여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인의 구속을 위해 수난을 당하신 사건에 담긴 구속사적의의를 살펴보며 자신의 신앙을 재 각성하고자 비교적 긴 40일간의 절제 기간을 갖는 것이 바로 사순절이다. 사순절은 항상 수요일부터 시작되는데, 이 날은 재의 수요일, 성회 수요일, 속죄일 등으로 불리워진다.
초기 그리스도 교회에서는 이 재기를 매우 엄격하게 지켰는데, 하루에 한 끼, 저녁만 먹되 채소와 생선과 달걀만 허용되었던 것이 9세기에 와서 이 제도가 약간 완화되었고, 13세기부터는 간단한 식사를 허용하였다고 한다.

밀라노에서는 36일간 단식을 하였고, 9∼14세기에 이르는 동안에는 교구의 성직자는 칠순절부터 단식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단식은 완화되었고, 사순절을 단식기간으로 지키기보다는 구제와 경건훈련으로 더 유효하게 지키게 되었다. 초기 교회에서 사람들은 사순절기간 재를 이마에 바르며 죄를 회개하며 부활주일 전 40일의 기간 동안 지켰다.

사순절은 초대 교회 성도들이 그리스도의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는 성찬식을 준비하며, 주님이 겪은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가진 금식을 행하던 것으로부터 유래되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준비하기 위해 유월절 전에 금식을 행했는데, 초대 교회 성도들도 신앙의 성장과 회개를 통한 영적 준비라는 차원에서 구약의 유월절 만찬을 새롭게 해석하여, 주님께서 제공하신 성찬식에 앞서 금식을 행했던 것이다.

사순절 행사로서의 금식은 수세기 동안 매우 엄격하게 지켜졌다. 사순절의 식사로는 저녁 전에 한 끼 식사만이 허용되었으며, 물고기와 고기 등의 육류는 물론 우유와 달걀로 만든 음식까지도 금지되었었다.
그러나 8세기 이후로 가면서 이 규정은 많이 완화되기 시작해 14세기에는 금식 기도 대신에 절식 기도가 행해졌으며, 15세기에 와서는 정오에 식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종교 관습이 되었고,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식사인 콜레이션(collation)이 허용되었다.

그러나 사순절 기간 동안에 연극, 무용, 연애 소설 읽는 것과 같은 오락 해위는 여전히 금지되었으며, 화려한 옷을 입는 것, 좋은 음식을 먹는 것 등 호화 생활 등도 자제되었다. 대신 자선과 예배 참석, 기도 등이 권장되었다.

사순절에는 범죄한 인류를 위해 고난 받으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불우한 이웃을 위한 구제와 자선이 행해졌다. 특히 사순절에 행해지는 금식 기도를 통해 주님의 고난에의 동참, 불의한 자신에 대한 회개뿐만 아니라 불우한 이웃의 배고픔과 가난을 생각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 한국교회도 2014년도 사순절을 맞이하였다. 재의 수요일인 3월 5일(수)부터 4월 19일(토)까지이다. 4월 13일(일)은 종려주일이고, 4월 14일(월)부터 19일(토)까지가 고난주간이다. 4월 20일은 부활주일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말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의 실천에 있음을 기억할 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사랑을 본받아 이를 실천함은 성도의 마땅한 자세라 할 것이다.

예장백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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