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바울 목사

작금의 세상은 분열과 갈등으로 서로에게 총칼을 휘두른 냉전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오히려 당시보다 더 많은 체재와 사상이 엇갈려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거듭되고 있다. 비단 세상 밖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세상 유일의 분단국가뿐 아니라, 진보와 보수로 얼룩져 다툼이 지속되고 있다. 화합과 일치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는 여기서 야곱과 에서의 이야기에서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

야곱과 에서 형제가 있었다. 두 사람은 형제지간이었으나 장자권을 두고 평생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벽을 만들었다. 에서는 장자권을 몰래 빼돌린 동생 야곱을 죽일 태세였다. 야곱도 형을 피해 도망쳤다. 덕분에 친척을 만나 아내를 얻고, 자식과 재산도 축적했다. 더불어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결국 장인어른에게 독립해 식솔을 이끌고 고향으로 되돌아간다. 야곱이 에서를 다시 만나기 바로 직전, 야곱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몸을 일곱 번 굽히며 그의 형 에서에게 가까이 가니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고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 맞추고 서로 우니라(창세기33장 3~4절)”란 성경말씀을 통해 장자권을 빼돌린 동생 야곱을 용서한 에서의 모습을 알 수 있다. 탈취와 거짓으로 장자권을 빼앗은 야곱이었지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결됐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화해는 모든 극단의 상황을 평화롭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이는 민족과 민족이 갈라져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모범적인 답이 아닌가 싶다.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누어 분단된 지 반세기가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있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핵실험을 자행하는 등 우리나라를 향한 도발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같은 민족끼리 언제까지 총칼을 겨누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이제는 민족과 민족의 화해가 절실할 때이다. 용서와 화해로 서로를 보듬어야 한다.

화해는 인간과 자연 간에도 이뤄져야 한다. 세상은 바야흐로 스마트시대로 탈바꿈됐다. 무한성장 가도를 달려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성장전략으로 인해 자연은 오히려 황폐화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을 향한 인간의 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자연훼손은 곧 기후변화를 가져왔고,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징후가 보이고 있다. 사막화가 급속도로 전개되었으며,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있다. 아이티 지진과 일본 쓰나미 등 전 세계가 지진과 해일의 공포에 떨고 있다. 오히려 자연이 인간을 향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인간이 자연을 향해 화해의 손길을 전해야 한다.

물론 각 나라에서 자연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속도에 가속이 붙어야 한다. 특정인만이 하는 자연사랑이 아닌 모두가 동참하는 자연사랑이 전개되어야 한다. 자연을 더 이상 성가시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밟는 이 땅, 우리가 마시는 물,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이 더 이상 아름답지 않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언제나 푸르른 자연향기가 물씬 풍기도록 작은 부분 하나까지도 보살펴야 한다.
인간이 자연을 향해 먼저 화해의 손길을 건넸을 때 비로소 자연도 인간을 향해 화해의 포옹을 해준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작금의 한국교회를 바라보자니 가슴이 아프다. 분열과 갈등의 온상지가 되어버린 한국교회에 부끄러움마저 든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서로의 상처를 덧나지 않게 보듬어 줘야 한다. 화해의 손길을 먼저 건네는 성자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화합과 일치된 한국교회의 모습을 보였을 때 한국교회 이미지도 절로 상승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손에 손을 잡아 함께 전진해야 한다. 언제까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만 있을 것인가.

한국교회는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을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마태복음 18장 19절)”란 성경말씀을 가슴 속 깊이 새겨야 한다. /예장 호헌측 증경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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