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호 수 목사
매년 9월이면 한국교회 장로교의 총회가 일제히 열린다. 그러나 총회가 연례적인 형식적 행사로 끝난 경우가 많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성도들에게 적지 않게 실망을 안겨 주고 있다.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총회는 각 교단 총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난 1년간의 활동을 뒤돌아보고 향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행사다. 또한 앞으로 총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인물들을 선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총회를 앞두고 매년 총회 임원 후보자들간의 불필요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 유언비어 등이 되풀이 돼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총회 기간에도 생산적이고 민주적으로 회의가 진행되기보다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종종 연출되기도 했다.

대개 모든 교단들은 한결같이 총회 첫날 총회장과 부총회장을 비롯 임원을 선출한다. 이런 회의 진행순서는 총회장과 임원선출이 총회의 가장 중요한 안건처럼 인식되어 총대들로 하여금 선거를 마친 다음의 진행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게 하고 회의장 주변에나 배회하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회의 안건에 대해 이해관계가 없는 한 아예 참석조차 하지 않는 총대도 적지 않다. 또 회의장에 앉아 있어도 잡담이나 하며 찬반을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수적으로 많은 쪽을 택한다.

또한 대부분의 총대들은 상정될 안건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있으며 어떻게 투표권을 행사해야 할지를 심사숙고하는 진지한 자세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회의 일정이 진행될수록 회의장은 썰렁한 분위기만 감돈다. 심지어 막판 회의진행 순서에는 총회장 없이 부총회장이 사회를 맡고 몇몇 총대들만 자리를 지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총회를 두고 어찌 성 총회라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회의 중에는 토론과 의견 개진이 아니라 마치 인신공격이라도 하듯 상식 이하의 발언으로 싸움터가 돼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총회가 겉으론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상 사전에 정치꾼들끼리 결정해놓고 형식적인 통과절차를 거쳐 나중에 말썽이 된 경우도 종종 발생되기도 한다.

지나친 표현이겠으나 총회가 아니라 ‘놀자판’이다. 막대한 헌금을 비용으로 사용하면서 1년에 한번 개최하는 총회를 이처럼 쓸모없이 낭비하는 것이 이제는 아예 관례처럼 굳어져 버렸다.  총대 수가 수천명에 육박하는 교단도 있다. 이렇다 보니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다. 그 많은 수의 총대들이 모두 발언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되고 자기 의견을 말할 기회를 얻는 것 또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몇몇 정치꾼의 발언만으로 모든 안건이 처리되는 일이 잦다. 어느 교단은 총대들이 회의장 안에 들어오지 않아 회의를 진행하지 못해 임원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일도 있다.

특히 임원 선거를 너무 지나치게 중요시 하다 보니 진작 다뤄야 할 안건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려면 임원선거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헌의안을 심층 있게 다룰 수 있는 제도 개선을 단행해야 한다.

총회장 선거보다 현실적으로 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항상 부정과 돈 선거로 얼룩져온 총회장 선거제도에 집착하지 말고 효율적인 총회를 위한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부정과 돈으로 얻은 총회장의 자리는 결코 명예로울 수 없는 법이다. 성도를 생각하고 교회의 발전을 위한다면 더 이상 ‘놀자판’ 총회를 개최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는 각 교단들이 부정선거를 뿌리 뽑고, 투명하고 정직한 선거에 의해 총회 임원을 선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회의에 참석하는 총대들도 헌의안에 대한 관심과 애정,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생산적이고 민주적인 총회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올해는 임원선거가 끝난 후, 총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진풍경’이 연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장 대신총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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