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종 문 목사
오월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지나 온 세상이 본격적인 여름맞이를 준비한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활짝 만개해 자태를 자랑하며 산과 들은 하나둘 푸르른 녹음으로 물든다. 그래서인지 오월은 축복과 새출발의 달이기도 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 등이 오월에 몰려 있고, 결혼식 등 각종 축제와 행사로 곳곳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연유일 것이다.

이 같은 축복의 계절에 한국교회 곳곳도 생동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듯하여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매년 어린이날이면 한국교회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가슴 가득 걱정이 앞선다. 바로 주일학교의 감소와 위축으로 한국교회의 미래가 매우 어둡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주일학교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장년 수와 비슷한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1990년대 접어들면서 정체기를 맞았고, 2000년대 들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0년대에 접어든 지금 감소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면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교회가 일부 유럽교회처럼 텅 빈 건물만 있는 ‘유령교회’가 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일학교 침체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출산율 감소’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교회의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출산율이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 주일학교 침체는 급격한 감소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목회자의 무관심이 주일학교 침체의 근본원인이다.

한 통계를 보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주일학교 소년부 학생 수는 2003년 10만5372명이었으나 2012년에는 27.8% 감소한 7만6090명에 불과하다. 또한 모 교단에서는 소속 교회의 50%가 주일학교를 폐쇄했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일학교 학생 수가 갈수록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데도 한국교회는 전혀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목회자들은 장년 전도와 목회에 치중한 나머지 어린이 사역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일학교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지만 교회에 미치는 효과는 미약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한 목회자는 “주일학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투자만 해야 하는 부서이다. 주일학교에 투자하는 재정과 인원을 구제나 전도 등 다른 곳에 사용한다면 보다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목회자들이 대다수이다 보니 주일학교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가 애초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출산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주일학교의 침체를 넘어 붕괴로까지 이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주일학교에 대한 투자가 없다 보니, 열악한 재정으로 인한 교육시설 부족과 낙후된 프로그램, 교육공과책 및 교육기재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학교와 학원의 교육환경에 비해 교회교육은 열악한 상태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을 주일학교로 이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주일학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것은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갖추고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구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일학교 교사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의 부재도 문제다. 주일학교 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주일학교 교사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거의 전무하다.

게다가 교사들의 헌신의 결여도 교회학교 침체의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신경이 많이 쓰이는 교사 사역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교사로 임명돼도 마지못해서 하거나 책임감 있게 헌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지적이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주일학교에 달려 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는 심지 않고, 그동안 가꿔온 열매만을 따 먹고 있었다. 주일학교가 사라진다면 한국교회에 미래는 없다. 주일학교에 대한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이유다.

예장 통합피어선총회 증경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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