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스스로 자성하려는 노력 없이는 변칙세습 계속될 터

세습반대운동을 비롯해 세습방지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한국교회 안에서의 세습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습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에서 내놓은 목회세습방지법의 망을 피해 교묘하게 변칙세습을 시도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기존의 목회세습방지법을 개정하는 동시에 다양한 세습방식을 포괄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2013년 6월 29일부터 2015년 1월 19일까지 이메일, 전화제보, 언론보도 등을 통해 세습을 완료한 각종 사례를 수집한 결과와 2013년 3월 12일부터 2013년 6월 28일까지 같은 방식으로 세습 사례를 수집한 61개 교회를 종합한 결과, 모두 122개 교회가 세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85개 교회가 직계세습, 37개 교회가 변칙세습을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 의하면 최근 세습을 진행한 교회가 많이 확인됐으며, 변칙세습의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2년 이전에는 변칙이 21개 교회, 직계가 73개 교회였던 것이 2013년~2014년에는 변칙 16개 교회, 직계가 12개 교회로 직계보다 변칙이 증가한 역전현상이 일어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직계보다 변칙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목회세습을 막기 위해 몇몇 교단에서 내놓은 목회세습방지법의 울타리를 벗어나 교묘하게 세습을 진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세습을 많이 시도한 교단은 기감, 합동, 통합, 기성 등의 순위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교세가 큰 교단에서 세습이 더 많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이러니하게 세습방지법이 통과된 기감과 예장 통합의 경우 변칙세습이 직계세습보다 많은 역전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외형적으로는 세습방지를 목청껏 외쳤지만, 내부적으로 세습이 은밀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세습은 교회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골고루 일어나고 있었으며, 교회개척과 교회성장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목회환경에서 작은 교회라도 물려받자는 생각이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경기, 대전/충청 등의 순서로 나타나 수도권 및 충청지역이 세습에 발을 더 많이 디딘 것으로 나타났다.

세습은 교회마다 한가지로만 나타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서 유형이 변하거나 세습방지법 등장에 따라 새로운 분류법으로 적용되어 나타났다. 이는 세습방지법 등을 피하기 위한 지략으로 어떠한 형태로도 자신들만의 왕국을 영위하겠다는 의지로 내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세습은 유형별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전형적인 목회세습 방법인 ‘직계세습’과 직계세습의 일종으로 보였으나 목회세습방지법으로 차단할 수 없는 ‘사위세습’, 모교회 자체를 분립시키는 경우와 지교회 개척 후 교인 일부를 파송하는 방식의 ‘지교회세습’,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주는 격세세습과 허수아비 담임목사를 임시로 청빙하는 세습(위장세습, 쿠션세습), 아들에게 물려준 후 사위에게 물려주었거나 사위에게 물려준 후 아들에게 물려준 ‘징검다리세습’, 3개 이상의 교회가 담임목사직을 맞교환한 ‘다자간세습’, 두 가지 이상의 변칙세습 방식을 활용한 후 합병 세습에 이르는 ‘복합M&A세습’, 2개 교회가 상대교회의 목회자를 담임목사로 청빙하는 ‘교차세습’, 담임목사직을 동서에게 물려준 경우 ‘동서간세습’ 등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단순히 직계만 벗어났을 뿐, 돌고 돌아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기업체의 세습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2013년 이후에 세습의 유형이 점차 다변화되고 있어 규정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목회세습방지법을 유형에 맞게 세부화 시키고, 강제성을 띠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목회자 스스로 어떠한 형태로의 세습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기반성 없이는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변칙세습은 자행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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