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피비린내 나는 민족상잔의 비극.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5년이 됐다.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눠야했던 아픈 상처가 여전하다. 하지만 지난 과거보다 더욱 아픈 것은 작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분열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누구보다 아픔을 감싸주고, 화합의 연고를 발라줘야 할 한국교회마저 분열에 편승해 가는 모습이 심히 보기가 좋지 않다.

본래 기독교는 사랑과 평화, 그리고 희망과 생명의 종교이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사랑·평화·희망·생명의 노랫소리를 듣기 힘들다. 오히려 기복과 갈등, 이념논쟁의 잡음이 심하고, 교인간 목회자간 국민간의 분열과 갈등의 소음도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한국의 기독교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고, 선교의 경쟁력마저 크게 약화됐다.

이로 인해 ‘호국정신으로 갈등과 분열 넘어 미래로 통일로’란 슬로건이 무색할 만큼, 작금의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고, 그것도 모자라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지역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어디하나 성한 곳이 없다는 말이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삐뚤어져 가는 사회를 향해 올곧은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문제는 그 중심에 교회의 지도자들이 있다는데 심각성이 크다. 한마디로 사랑·평화·희망·생명을 노래하며, 가난한 민족에게 하나님나라에 대한 소망을 주었던 한국교회가 변질된 셈이다. 그것은 한국교회가 물질문명에 편승돼 바벨을 노래하며, “서로 사랑하라”,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 “민족들이 서로 축복하는 세계, 즉 정의와 평화를 일구라” 등을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리어 ‘부교역자 20명에게 승용차를 사주었다’, ‘누가 헌금을 얼마 냈다’, ‘누가 기도받고 병이 나았다’, ‘어느 목사가 예언 등의 능력이 있다’, ‘누가 건축헌금을 많이 거두어들인다’ 등의 자랑만 일삼고 있다. 말 그대로 기독교가 가져야할 본질은 외면한 채 사회적 위치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누구보다 소외된 이웃과 함께 했고, 그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노력했다. 누구나 존경의 대상으로 목회자를 바라봤고, 칭송의 대상으로 한국교회를 대한적도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더 이상 과거의 일을 회상하지 않는다. 앞만보고 달려가는 성난 황소와 같다.

실제로 한국교회는 80년대 이전의 가난했던 당시, 일제 36년의 치욕, 6.25 한국전쟁 등 과거를 잃어버리고, 물질의 바벨탑을 쌓는 데에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교회가 또 다른 바벨탑을 쌓고 있는 것이다. 6.25 한국전쟁 65주년을 맞은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각종집회에서 한민족의 화해를 노래한다기보다, 국민적 갈등만을 조장하고 있다. 교인들도 이것이 성서가 가르쳐주는 진리인 냥 박수를 치며, 맹종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지도자와 신학자들이 사랑·평화·희망·생명을 노래하자고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또 “가라지를 뽑겠다고 나선 목회자들이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협력하여 선을 이루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자신의 대들보를 바라보고, 먼저 똑바로 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 양극화의 중심에 서 있는 현실을 직시하고, 성경의 중심사상인 사랑·평화·희망·생명을 노래할 때 비로소 올곧이 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인천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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