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일본 우익인사들의 역사왜곡 망언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기보다 정당화하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의 침략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위안부문제조차 스리슬쩍 빠져나가려는 거짓수를 쓰고 있다. 참으로 인간의 탈을 쓰고, 금수의 짓을 저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수교 50년을 맞았다. 양국의 정치지도자들은 한일수교 50년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양국 수반이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을 발표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 36년 동안 설움과 압박을 받은 우리민족에게 있어서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문제는 지금도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계속되고 있다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튼 용서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것이 일제 36년이다.

최근 하시모토 도루 일본 오사카 시장의 2차대전 당시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망언은 일본의 무자비한 만행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상처받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가슴을 다시 멍들게 한 폭력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까지 부정했다는 점은 한 도시의 시장으로서 내뱉은 말로 이해하기에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다.

이미 일본은 전후 50주년의 종전기념일인 1995년 8월 15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발표했던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자신들의 침략사실을 인정하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한다”며, 깊은 사죄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듯 이렇게 쉽게 자신들의 잘못을 부정하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다니 이웃나라로 칭하기엔 역시 자질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우익과 좌익이 노선이 다르다고 해도 세계 누구나 엄연하게 알고 있는 일본의 침략을 인정하지 않고, 한 소녀의 몸과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준 사실을 정치적 이권다툼의 발언으로 삼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저지를 수 없는 일이다.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도 자신들의 만행에 대해 반성하기보다, 도리어 침략정신을 이어받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안타까운 점은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우기고, 일제침탈과 위안부문제에 대해 사죄하기는커녕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저 일본에서 만든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이 최고인줄 알고, 국산품을 낮게 깎아 내리는 일에 익숙해져 있다. 이들에게 독도가 우리나라 땅이라는 의식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일제치하에서 목숨을 걸고 나섰던 선각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제2의 침탈을 꿈꾸는 일본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 3.1절만 기념할 것이 아니라, 연일 망언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이 순간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한다. 일제치하의 치욕스러운 과거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똑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역사의식을 아로 새겨야 한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일제에 의해 짓밟힌 이 나라 이 민족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운동이 3.1운동이었다면, 3.1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민족대표 33인 중 기독교인이 16명이었다는 점을 깊게 새겨야 한다. 일본이 다시는 역사를 왜곡하고 망언을 함부로 내뱉지 않도록 믿음의 선진들이 보여준 순수한 복음의 신앙과 민족을 사랑하는 열정을 다시 품어야 한다는 엄연한 사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인천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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