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 종 문 목사
예장 통합총회가 ‘목회자 윤리지침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한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목회자들의 윤리의식이 갈수록 땅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들어 한국교회는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재정비리, 추문, 명예훼손 등 크고 작은 사건에 휘말리면서 사회로부터 따가운 시선과 비난을 받아 왔다. 특히 이러한 사건의 중심에는 목회자들이 있었고, 윤리의식의 실종이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누구보다 윤리적으로 깨끗하고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할 목회자들이 오히려 세상 사람들보다 더 부도덕하고 부정직한 모습을 보여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목회자 윤리지침안을 마련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 보면 그 동안의 부도덕함을 자인하는 꼴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최소한의 양심적 장치라도 만들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침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그 동안 목회자들이 기본적인 윤리조차도 망각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윤리지침안은 개인윤리, 가정윤리, 지교회목회윤리, 거룩한공교회지체로서의윤리, 지역사회와세계에대한윤리 등 5가지 분야에 대해 세부적인 주요강령을 담았다.

개인윤리지침은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표절을 거부하고, 부정의한 방법과 수단으로 학력을 위조하거나 취득하지 않는다, 교우들과 금전적 거래를 하지 않는다, 인종 계층 신념의 차이를 근거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며, 공평하게 모든 이를 대한다, 스스로의 성적 자아에 대해 바르게 이해하고, 회중이 자신에 대해 성적 감정을 갖고 있거나 반대로 본인이 회중을 상대로 성적 감정을 갖고 있을 때 바르게 대처한다 등이다.

가정윤리지침은 아내(남편)와 자녀들에게 목회자로서 지나치게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요구하지 않는다 등이다.

지교회목회윤리지침은 교회 안에 다른 교역자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교회를 평화롭게 세우도록 협력한다, 전임자의 사역과 은퇴한 분들을 존중하고, 은퇴를 하거나 사임을 한 후에는 후임자의 사역에 관여하지 않는다, 결혼과 상례를 비롯한 여러 상황에서 부당한 사례를 받지 않는다, 교회나 성도 개개인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하지 않는다 등이다.

거룩한공교회지체로서의윤리지침은 총회와 노회를 통해 목회자로 세워졌기에 총회와 노회의 가르침과 치리를 따른다, 국내외 교파 및 교회와 교회연합기구를 존중하고 일치와 연합, 선교와 봉사를 위해 협력한다 등이다.

지역사회와세계에대한윤리지침은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경제정의와 실천을 위해 노력하며 모든 폭력과 전쟁과 증오에 대해 저항하는 비폭력 평화의 삶을 추구한다, 세속적이고 정의롭지 않은 직접적인 정당 참여와 특정 후보지지 등 정치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 등이다.

예장통합은 이러한 윤리지침안을 오는 9월 열리는 제100회 정기총회에 상정해 가부를 묻을 계획이라고 한다. 목회자 윤리의식의 실종은 비단 예장통합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 전반에 만연돼 있는 현상이다. 따라서 예장통합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교단들이 목회자 윤리지침안 마련에 적극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윤리의식의 강화는 윤리지침안을 마련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윤리지침안은 윤리의식 강화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목회자들 모두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회개하고 반성해야 한다. 또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서 이러한 윤리지침안에 어긋나지 않도록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말로만 윤리의식 강화를 외치다면 목회자 윤리지침을 백번 천번 제정한다고 해도 결국 아무런 효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또한 목회자들의 윤리의식의 실종이 오늘날 한국교회의 마이너스 성장과 경쟁력 상실을 불러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들의 타락이 한국교회의 영향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실추 속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 목회자 윤리의식의 강화가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처럼 목회자들의 부패와 타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교회는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돌아보자.

예장 통합피어선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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