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든 장로든 영적 직분을 받은 청지기이다. 이 같은 청지기의 본질적 사명을 잃어버릴 때 갈등이 시작된다. 모든 청지기의 사명은 영혼을 구원하고, 영혼을 살리는 일이다. 이 사명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 교회 행정도, 치리도, 정치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몇몇 목사와 장로들은 이러한 사명을 잃어버리고 있다. 청지기적 사명을 잃어버리고 하나님이 주인인 교회를 마치 자기 것인 냥 오인하고 있다. 교회에서 오래 동안 교회의 치리와 행정을 맡아왔던 몇몇 장로들은 마치 그 직분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교회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는 욕심으로 이어진다.
특히 교회 시무 장로는 당회원으로서 각 치리회(당회, 노회, 대회, 총회)에서 목사와 같은 권한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권한을 가진다. 이런 직분 수행을 하다보면 자연히 특권 의식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극단적인 경우에는 담임 목사까지도 그 통제의 대상이 되어, 장로는 교회의 주인이고, 목사는 장로의 일을 하는 머슴처럼 여기지는 경우도 있다. 본연의 청지기 사명 앞에서 장로는 목사를 감시하는 자도 아니고 지배하는 자도 아니다.
장로는 다스리는 자가 아니라 몸소 앞장을 서서 영혼을 돌보며 섬기며 인도하는 자이다. 이것이 성경적인 장로 직분의 정신이다. 또한 장로는 목사의 동역자요, 협력자로서 담임 목사의 마음과 목회철학을 잘 이해하고 목사가 소신껏 목회를 잘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장로의 참다운 동역은 자신의 철학을 버리고 담임 목사의 목회 방향에 온전히 순종할 때 조화를 이룬다.
목회자들 또한 청지기적인 사명에서 벗어난 이들이 부지기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성직자, 의사, 변호사, 교수, 예술인 등 전문직 군에 의한 강간 및 성추행 등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남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8월 30일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572건이었던 전문직 군의 성범죄는 2014년 636건으로 11%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지난 5년간 발생한 전문직 종사자들의 성범죄 총 3050건으로 나타났고, 이중 성직자가 4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의사가 371건으로 뒤를 이었고 예술인 212건, 교수 110건, 언론인 52건, 변호사 19건 순으로 나타났다.
굳이 이러한 통계자료가 아니더라도 언론 지상에는 부도덕하고 범죄에 연루된 목회자들의 기사가 연일 등장하고 있다. 입에 차마 담지도 못할 흉악범죄를 저지른 목회자도 하나둘이 아니다. 목회자들 스스로가 성직자로서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세상 사람들과 그다지 구별되지 않는 목회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목사’가 아니라 ‘먹사’라는 비판이 가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상 사람들보다 더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혀 교회를 마치 제 것인 냥 여기는 일부 목회자들의 행태가 오늘날 성직자로서의 목사의 권위를 급격히 추락시키고 있다.
교회의 주인은 오직 그리스도이고, 목사도 장로도 다 종이다. 종의 사명은 영혼을 돌보는 것이다. 이 본질적인 사명 앞에 우리는 서로 협력하고 봉사해야 한다. 이 사명을 잃어버리면 목사든 장로든 타락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교회를 자신의 사유물인 것처럼 여기는 태도는 목사건 장로건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교회의 경쟁력을 상실시키고, 교회의 이미지를 추락시킬뿐더러 교회를 망치는 주범이다. 우리 모두 청지기적 사명을 회복하자.
예장 백석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