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중 곤 목사
성탄절을 맞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온 누리에 전해져 이 땅에 참 평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구촌에는 이 시간에도 전쟁과 테러, 그리고 보복살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곳곳에서 자살폭탄과 총기를 이용한 동시다발적 테러가 발생했다. 이 테러를 자행한 IS는 정부시설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시민을 표적으로 삼아 공연장, 축구경기장 식당, 카페 등에서 테러를 저질렀다. 이날 발생한 테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는 IS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에 나섰고 이로 인해 많은 생명이 또 다시 희생당했다. 성탄절을 맞이한 오늘에도 세계 곳곳은 갈등과 전쟁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분열의 모습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내려오신 거룩한 성탄절을 기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교회와 성도들은 온갖 인간적인 다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많은 교회들이 분열과 갈등에 휩싸여 신음하고 있다. 담임목사와 장로들이 교회를 장악하기 위해 패를 나누어 싸우고 교인들이 이에 가담하여 온갖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는 줄어들기는커녕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또한 노회는 노회대로, 총회는 총회대로, 연합기관은 연합기관대로 분열과 갈등 속에서 상대방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성탄절에 이 땅의 참 평화를 바라는 교회와 성도들은 물론 세상 사람들에게조차 이중적으로 비쳐지고 있다. 교회 안에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인 교인들이 성탄절이 되면 의례히 사랑과 평화를 입에 담고 있다. 이는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런 모순이 예수 그리스도에 회의를 갖게 하고 교회를 불신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갈수록 사람들 마음속에서 성탄절이 멀어져 가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모순에 의한 결과이다.

성탄절은 언제부터인가 개교회적인 행사로 전락하고 이웃과 더불어 기쁨을 나누는 사랑의 날이 아니라 내 가족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휴무의 날로 변질되어 버렸다.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자’란 표어는 세상적인 구호이지 결코 기독교적인 것이 아니다.

신앙적으로 볼 때 성탄절과 연말연시에는 내 가족만의 시간이 아니라 바로 이웃과 함께 서로 기쁨을 나누고 불우한 사람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신앙보다 세상의 구호에 따라 살아가는 세속적인 믿음을 지니고 있다. 이런 신앙적인 자세 때문에 성탄절의 기쁨과 의미가 퇴색돼 버린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것 자체가 가장 큰 기쁨이요, 구원의 희망이다. 이 기쁜 소식을 만방에 전해서 진정한 인류의 평화와 구원의 염원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풍조에 젖은 성탄절이 아니라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찬양의 성탄절이 될 수가 있다.

일 년 중에 이 때만큼이라도 ‘나’보다 ‘이웃’을 생각해 볼 줄 아는 사랑의 마음을 보여 줘야 한다. 교회도 ‘내 성도만을 위한 성탄절 행사’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불우한 이웃들도 함께 참여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성탄절 행사를 가져야 할 것이다.

기독교는 평화의 종교이며 교회는 모든 인간의 안식처인 평화의 집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때 사회적인 인식은 크게 달라 질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세속화된 신앙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기독교는 인류의 희망이 아니라 재앙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성탄절에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교회와 성도들의 모습이 자신들과 다를 바 없다면 이날 하루 향락적인 유흥의 날에 불과 할 뿐이다.

온 교회가 일어서서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심을 선포하자. 성탄절을 맞는 오늘 우리 기독교인들은 다시 한 번 성탄절의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지구촌에 그리스도의 평화가 깃들기를 소망한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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