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나는 예수를 사랑한다. 그러나 크리스천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만약 이 시대 간디가 살아 있다면 그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을 향해 동일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오늘날 한국 땅에는 수많은 크리스천들이 살고 있다. 많은 목회자들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듯 1,200만 성도는 아닐지라도 모래알처럼 많은 크리스천들이 있다. 교회 또한 전국 방방곡곡에 세워졌다. 어두운 밤이면 수많은 교회의 십자가 탑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도 이 땅에는 비극적인 사건과 사고가 넘쳐난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그 중심에 목회자를 비롯한 크리스천들이 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부천 여중생 사건의 범인도 목사였다. 중학생 딸을 폭행해 무참히 살해하고 이 딸을 집안의 작은 방에 11개월 간 방치한 살인자가 모 신학대학의 교수이자 모 교회의 담임이었던 피해자의 친아버지였던 것이다.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더불어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삶이 너무 달라서 그리스도인이 싫다’는 간디의 지적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최근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는 타종교에 비해 좋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반기독교 정서가 팽배해져 가고 있다. 수많은 세상 사람들이 도덕성 상실과 윤리의식의 부재로 인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치 못하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들의 비판의 소리를 들어보면 기독교의 진리 그 자체에 대해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경의를 갖고 있으나 오늘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없고, 존경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기독교가 외적으로는 가장 큰 종교로서 자리매김을 했으나 사회의 신뢰도나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 그들의 지적이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교회를 섬기기 위해 지도자로 세움을 받은 우리 목회자들에게 있다.

주님이 교회의 지도자들을 세운 것은 성도들을 온전케 하라고 세운 것이다. 즉 영적 지도자들의 가장 중요한 직무는 성도들을 온전한 자로 훈련시켜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목회자들이 바로 이런 직무를 제대로 강당하지 못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목회자들이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리고 그 해결책을 찾아 나갈 때 바로 거기서 새로운 희망의 물꼬가 터질 것이다.

우리 목회자들부터 영적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영성과 목회적 자질을 갖추고 언행이 일치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리고 성도들의 신앙의 본이 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목회자의 자질에 대한 불만의 소리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불만과 불평은 더 심화되고 있다.

우리 목회자는 모름지기 목사가 되기에 앞서 좋은 신자가 되어야 하고, 신자이기 전에 먼저 순수한 인간이어야 한다. 사실 목회자의 영성과 자질 만큼 그 안에 있는 성도도 그 만큼 성장할 것이며, 또한 그만큼 세상에 나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들부터 좋은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 분명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범인들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영적, 지적, 인격적, 도덕적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자신을 갈고 닦는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제대로 된 목회자를 양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목회자들의 자질이 저하된 근본적 원인은 목사직의 중요성에 대한 한국교회의 전통적 몰이해와 반지성주의, 그로 인한 목사후보생 선발과 양성 과정의 부실 등을 꼽을 수 있다. 최근에 들어 목회를 지망하는 신학생들이 목회자로서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고, 목회를 단지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해 생존의 수단정도로 받아드리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복음에 대한 열정과 애착이 쉽게 식을 뿐만 아니라 목회자의 윤리의식 부재 등 목회자의 질적 저하로 나타나는 것이다.

간디와 같은 한 사람의 좋은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이 시대에 상실된 그리스도인들의 신뢰성과 영향력을 회복하는 본질적인 길임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장 백석(대신)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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