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탈핵 움직임 속에 유독 대한민국은 시대와 역행
교회가 나서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나라 보존해야

만물이 생동하는 4월이다. 푸름이 대지를 물들이고, 향긋함이 온 천하를 뒤덮는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빛을 내고 있다. 그러나 싱그러움도 잠시, 인간의 이기가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화석 연료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일으키고 있으며, 편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각종 오염물질은 대지를 몸살 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양날의 검과 같은 원자력 에너지는 인간의 삶의 터전마저 잃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인간은 경제발전이라는 해묵은 논리로만 접근해, 소중한 이 땅을 보호하는데 소홀하다.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2011년 3월11일. 규모 9.0의 대지진이 동일본을 강타했다. 곧이어 들이닥친 거대한 쓰나미는 후쿠시마 제1원전의 수소폭발과 방사능 유출 사고를 발생시켰다. 가동 중이던 원자로의 핵분열은 자동으로 긴급 억제됐지만, 전력공급 중단으로 냉각시스템이 마비돼 핵연료봉이 고열에 노출돼 수소폭발이 일어났다. 급기야 방사능 물질이 묻은 수증기가 외부로 유출되기에 이르렀다. 2만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여전히 피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17만여명에 달했다. 더욱 아쉬운 것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까지 무려 40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발생한 끔찍한 사건이다. 인간의 이기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인간의 삶의 터전까지 황폐화시켜버렸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후쿠시마의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녹아내린 핵연료는 아직도 빼내지 못하고 있으며, 땅을 얼려 오염된 냉각수 유출을 막겠다는 계획은 실효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든 폐로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최대 40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폐로 공정의 최대 난관인 녹아내린 핵연료를 꺼내는 작업은 1호기와 2호기는 2020년부터, 3호기는 2017년부터 각각 시작될 예정으로, 갈 길이 멀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역시 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1~3호기에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원자로에 주입한 물이 고농도 오염수가 돼 원전 건물 지하에 고여 있는 상태다. 여기에 건물 내부로 지하수가 침투하면서 원전 내의 오염수는 매일 400톤씩 증가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제1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돼 있는 오염수의 양이 80만톤에 이른다.

무엇보다 원전사고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방사능에 피폭된 가축들이 수없이 죽었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생명들도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목숨만 부지하고 있을 뿐이다.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사고 당시 후쿠시마에 살던 어린이 116명이 갑상샘암으로 확진되기도 했다. 피난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심각한 공황상태를 야기하고 있다. 이들은 돌아갈 곳도 없이 여전히 피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 때는 일본 원자력의 상징이기도 했던 후쿠시마 원전이 이제는 생명의 터전을 집어 삼키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 버린 셈이다. 그것도 종결형이 아닌 진행형으로 일본, 아니 전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세계는 탈핵 움직임, 우리나라는 글쎄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는 전 세계를 경악 그 자체로 만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소중한 교훈을 줬다. 바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각 나라는 자국의 원자력 시설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특히 장순흥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2011년 4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정확한 이해와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원자력안전 대토론회에서 밝힌 대로 비상 전기공급 등 비상냉각시스템 강화, 사용후 핵연료 보관 수조에 대한 안정성 강화, 수소제거시스템의 점검 및 보완, 가동중 원전에 대한 PSA 분석 등을 통한 안전성 재점검, 중대사고를 포함한 안전 연구를 증진 등을 면밀히 살폈다. 그동안 안전 불감증에 걸렸었다면 후쿠시마 사고를 기점으로 달라진 셈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소중한 지구를 지키겠다는 일념이다.

무엇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핵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각 나라는 탈핵에 대한 당위성을 인정하고, 한시라도 빨리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발로 뛰었다. 후쿠시마를 반면교사로 삼아 두 번 다시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다. 독일의 경우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발전소 운영을 완전히 중지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미국의 경우도 풍력 에너지 발전량을 늘려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이 탈핵을 결정했고, 아시아에도 대만이 98% 공정률의 신규핵발전소 건설을 중단시키는 결정으로 탈핵을 실천하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나라들이 원자력발전을 줄이거나, 탈핵으로 나아가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말 그대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정책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탈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이다.

하지만 유독 대한민국만은 탈핵에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후원전 수명연장금지 등 원자력안전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원자력안전과 규제를 총괄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총리실 산하로 규제와 진흥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수입물품 방사능 안전 관리 시스템과 방사능 안전 급식 체계 구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방사능 피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국민들에게 뚜렷한 대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무능과 무지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탈핵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간의 삶의 근간인 ‘땅과 인간,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안전의 원칙을 망각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들은 원전을 대체할 대안을 찾기 어려운 시점이라는 핑계로 적정 수준의 원전 비중 유지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원전의 계속 원전 및 신규원전 건설 추진 등을 외치고 있다.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에 대해서도 미국의 사례를 들며, 계속 운전을 원칙적으로 금하거나 주민투표를 의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탈핵은 시기상조이며, 원자력은 반드시 필요한 발전원이라는 것이 이들의 변하지 않는 정책이다. 전 세계가 탈핵은 필수라는 입장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나라

최근 한 매체에서 후쿠시마 사고 5년 후를 기획으로 다뤘다. 이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후쿠시마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따라서 제2의 체르노빌, 제2의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탈핵운동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말로만 하는 탈핵이 아닌 훗날 후손들에게 소중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해 넘겨주자는 단호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으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

먼저 과감히 핵발전소를 중단시켜야 한다. 철저한 계획에 의해 지금 가동 중인 핵발전소의 숫자를 줄여나가고, 신규 원자력 발전소는 백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대체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피아 원전이란 말이 생겨나지 않도록,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국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 힘의 논리가 아닌, 경제적 논리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질서가 유지되도록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물론 단지 몇 명의 노력만으로 이루기 힘들다.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탈핵이 사회적 분위기로 조성될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

또한 탈핵뿐 아니라, 온 천하에 녹색이 확산되도록 생명보존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 중심에 한국교회가 서야 한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피조물들이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지배 가운데 고통당하고 신음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일은 의무이자 책임임을 깨달아야 한다. 한국교회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침묵했던 우리의 모습을 회개하며,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고귀한 생명의 가치가 상실되는 상황 속에서도 진실을 말하지 못했고 생명을 택하지 못했음을 고백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우리와 우리 자손이 살고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살리기 위해 생명을 택해야 할 때이다.

무엇보다 녹색교회 운동을 활성화시키고, 이 땅에 푸름이 흘러내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각 교회에서는 잔반 줄이기 운동을 비롯해, 음식물 퇴비 만들기, 예배당 십자가 네온사인 철거, 재생복사지 사용, 여름철 전력사용 10% 줄이기, 교육관 옥상 위에 인공 논 조성, 빗물저장시설 설치, 예배당 주변 텃밭 조성,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환경주일 및 탈핵주일 지키기, 환경과 관련한 실생활 살피기(절전소 운영 등), 숲길 체험교실 운영, 음식물 줄이기, 마을 유해 물질(플라스틱 등) 소각 방지를 위한 수거처리, 친환경 생태(한옥) 건축, 친환경 사과농사, 유기농 밭농사, 생태화장실 운영 및 퇴비화, 교회주보 재생용지 사용 등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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