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나는 내 영을 너희에게 부어주리니, 너희의 아들과 딸은 예언을 하리라/늙은이들은 꿈을 꾸고/젊은이들은 환상을 보리라/그날, 나는/남녀 종들에게도 나는 영을 부어주리라/나는 하늘과 땅에서 징조를 보이리라/피가 흐르고 불길이 일고 연기가 기둥처럼 솟고/해는 빛을 잃고/달은 피같이 붉어지리라//야훼께서 거동하시는 날/그 크고 두려운 날이 오기 전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그때 야훼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마다 구원을 얻으리라”(공동번역성서 요엘 3장1-5절)

이 성경구절은 하나님의 의의 심판, 의의 성취와 종말론적 구원을 선포하는 예언자의 증언이다. 구약성서는 하나님의 영, 성령을 여러 가지 형태로 고백하고 있다. 이 영은 곧 예언의 영이기도 하다. 구약성서에 나타난 요엘의 예언은 종말적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한마디로 말해준다.

하나님의 날이 성취되기 이전에, 종말적 구원의 날이 오기 전에, 그 도래의 징조로서 유혈사건이 일어나고, 혼돈이 일어나리니, 이 혼돈의 세계를 지배하는 사탄의 세력이라는 표상은 구약의 종말론적 표상의 일부분이다. 마지막 날에 하나님의 영이 만민에게 부어지면, 만민이 그 징조와 ‘구원의 날’의 도래를 예언한다는 것이다.

사도행전 3장17절에서 21절까지에 요엘의 예언이 인용되어 있다. 여기에서 모든 육체들에게 부어지는 영은 에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영, 초대교회 탄생의 영, 선교의 영이다. 그 영을 부름 받은 모든 육체들, 남종들과 여종들, 늙은이들과 젊은이들이 하나님의 의와 심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을 증언하게 된다는 것이다. 종말론적 구원의 날에는 남성의 지배체제가 붕괴된다는 것이 함축되어 있다. 여종 예언자들을 예언한 요엘은 한국민족의 위기에 처해서, 여성들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깨닫기 시작한 우리의 하나님을 연상하게 한다.

1903년부터 1907년의 부흥집회와 1907년부터 1910년까지의 대부흥집회들은, 민족의 종말에 직면한 한국 그리스도인들이 민족의 죄와 자신의 죄를 애통해 하고, 사죄를 간구하고, 구원을 절규한 사건들이 초대교회 성령강림사건을 연상케 할 만 한 성령의 역사하심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는 수긍한다. 그러나 선교사들은 그 때의 성령의 역사하심을 오도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박순경 박사는 자신의 저서 <민족통일과 기독교>에서, “그 때의 성령의 역사하심은 가난한 지,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그들로 하여금 민족의 우매함을 고백케 했다. 그리고 세계의 지배세력, 특히 일본 식민지세력의 봉괴를 증언하게 하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면서, “그 때의 성령의 역사하심은 민족과 세계의 현실과 무관하게, 그러나 이른바 서양의 기독교 국가들을 모델로 해서 해석됨으로써 왜곡되었고, 비민족, 반민족적 방향에로, 또 추상적인 영성되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성령의 이해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각종 부흥집회나, 영성집회는 민족과 세계의 종말론적 구원을 증언하지 못하고, 여전히 흥분의 도가니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집회에 참석하는 교인들은 공허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성령의 역사하심이 오도하고 있다. 이는 결국 탐욕과 욕망에 가득차 맘몬교회를 가능케 했고, 많은 권력을 움켜 쥐게 했다. 또한 탐욕과 욕망은 한국교회가 살아계신 하나님을 상실하는 결과를 낳았다.

모든 육체에 부어지는 성령의 역사하심은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성령강림사건이 말하고 있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구원을 증언하는 능력, 혀와 말의 능력, 구원 진리의 말, 선포의 진리를 의미한다. 이 진리의 말은 거짓 영들의 거짓말을 분별하고, 지배세력과 지위를 옹호하는 거짓 이데올로기를 분별하며, 고난받는 자들로 하여금 복음과 구원에 이르도록 선포한다. 오늘 한국기독교는 성령의 역사하심을 어떻게 증언하고, 교인과 민족이 구원에 이르도록 기쁜 소식을 전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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