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폭염에 시달렸던 올 여름이 가고 9월이 왔다. 9월에는 각 교단마다 총회가 열린다. 초대교회 때부터 니케아회의를 비롯한 종교회의는 교리를 세우고 확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그러나 국내 각 교단 총회의 풍경은 총회장과 총무 등 임원을 뽑는 데에만 모든 정열을 쏟아 붓고 있다. 과열이 지나치다보니 사회의 선거를 뺨칠 정도로 금권 타락선거의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올해 교단 총회에서는 임원선거에만 함몰된 총회가 아니라 생산적인 총회가 되었으면 하면 바람이다.

올해 총회는 내실 있는 회의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각 교단 총회는 회의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목소리다. 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격이다. 그리고 밀어붙이기식의 각종 추태가 교단 총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말로는 ‘성총회’라고 하지만 진행이나 내용은 영 딴판이다. 오죽하면 목사님, 장로님들이 총회에 가면 믿음도, 은혜도 떨어진다는 말이 생겨났겠는가. 이런 회의 문화로는 교단의 중대사를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없다.

총대는 모든 성도들의 대표이다. 성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들의 의견이 총회 정책에 반영되어 교단이 건실하게 성장하고 교회와 성도들도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총회에 앞서 과연 각 노회별로 이같이 개교회와 성도들의 의견을 단 한번이나 수렴을 하고 총회에 참석하는지 들어 본 바가 없다. 그만큼 우리 교단의 총회는 몇몇 사람들의 이권과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교권 싸움을 위한 행사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총회를 앞두고 임원 출마자들에게 공공연하게 향응과 금품을 요구하고 이런 자리에만 철새처럼 따라 다니는 행태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총회는 한몫을 잡아 볼 수 있는 투기장이 되어 버린 셈이다. 총회 개회 중에서 이런 현상을 확인 해 볼 수 있다.

첫날 임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총대들은 자리를 하나 둘씩 비운다. 볼일을 다 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아예 총회가 끝나는 날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은 총대가 태반이다. 또 총회 전에 미리 배포된 총회 헌의안을 비롯해 총회에서 심도 있게 토의해야 할 안건조차 검토해 보는 총대도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총회에 참석한들 무슨 의견이 개진되고 얼마나 생산적인 총회가 되겠는가.

몇몇 총대들이 고성을 지르며 삿대질을 하고 회의 전체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총회 현장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풍경이다.

또한 올해 총회는 선교의 열정을 되살리는 총회가 되었으면 한다. 알다시피 한국교회는 갈수록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교세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선교에 대한 열정이 식어진 결과이다. 교단마다 교인 늘이기 운동을 펼치고는 있으나 그 성과는 매우 약한 실정이다.

교단마다 신학대학은 늘고 일꾼은 해마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데 교회 수와 교인 수는 오히려 정체하다 못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선교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지 않는다면 한국교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교회의 첫째 목적은 선교에 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 바로 교회의 본질이다. 올해 총회에서는 식어버린 선교의 열정을 되살리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머리를 맞댔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사회적인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의 선교 열정이 식어버린 데에는 교회를 향한 사회적 비난이 폭주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교회는 그야말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저마다 핵심을 잃고 자신들의 교단만 붙들고 있다가 대정부나 사회적으로 위상이 약화될 대로 약화돼 있다. 하나의 교단으로 일치되기는 교단마다의 교리나 행정이 달라 어렵다고 하더라도 대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반드시 협의체 형식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총회에서는 진지하게 마음의 문을 열고 한국교회 위상을 높이는 연합활동에 획기적인 결의가 있었으면 한다.

예장 합동총신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