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명 환 목사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바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진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이 둘로 크게 갈라져 있으니, 당연한 소리다. 이제라도 하나가 되는 것은 찬성, 또 찬성이다. 한국교회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는 상황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이 대통합을 이룬다면 분명 한국교회의 긍정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그러나 하나되는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전히 이권을 둘러싼 욕심만 가득할 뿐, 진정한 내려놓음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작금의 한국교회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반목과 불화, 갈등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연합기관과 연합기관, 교단과 교단, 교회와 교회, 성도와 성도가 서로 다툼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총은 따갑다 못해 아플 지경이다. 그런데도 분열과 갈등에 사로잡혀 진정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등한시 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라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근거해서 하나이며, 성찬을 통한 예수님의 피와 살을 함께 나누는 예수를 통해 하나되는 거룩한 하나이다.

다시 말해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서 교회는 거룩한 죽음 안에서 하나를 이룬 예수그리스도의 형제이자 자매인 것이다. 예수그리스도가 머리되시는 교회 안에서 말씀이 육신이 되신 성육신의 예수의 사람들로 인종이나, 계급, 남녀노소, 빈부귀천 등 아무런 조건이나, 환경에 구애되지 않는 하나를 이루어야 진정한 교회의 일치, 그리스도인의 일치와 연합을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적 운명이다. 우리가 지향해야할 일치, 하나됨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하나되라는 소리는 아니다. 특히 명심할 것은 절대로 끼리끼리의 연합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요즘 연합기관이나 교단, 교회에서 소위 죽이 잘 맞는 끼리끼리 문화가 횡횡하고 있다. 이들은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단단한 하나됨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곧 패거리 정치를 만들어 한국교회를 좀먹게 만들고 있다. 어찌 보면 한기총과 한교연이 둘로 갈라진 것도 여기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대형교단끼리 뭉치고, 또 대형교회끼리 하나되고, 목회자들도 마찬가지로 패거리를 만들어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다. 누가 누구를 탓한단 말인가. 과연 진심으로 회개와 각성을 통해 하나됨을 이뤄나가야 할 부류들이 누구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들 대형교단, 대형교회가 답해야하지 않을까.

안타까운 것은 이들 맘모스들을 롤모델로 삼아 전진하는 수많은 개미들이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에선 주의 몸된 교회로써 전진하는 것보다, 세상이 놀랄 정도로 거대한 교회건물과 차고 넘치는 성도수를 자랑하는 교회가 되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렸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대형교회가 되는 것에 부끄러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교회의 본질은 뒷전인 채 오로지 성공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이렇게 성장한 교회가 결국 무엇이 되겠는가. 이렇게 성공한 교회들이 모여서 하는 연합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이럴 바에는 차라리 하나되지 않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

작금의 한기총과 한교연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진정한 하나됨이 무엇인지 되새겼으면 한다. 선통합 후조치가 됐건, 선조치 후통합이 됐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 안에서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세상은 진정한 예수의 복음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넘어서 한국교회가 진정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이 스스로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야 한다. 단지 외형적인 모습만 하나가 되면 그 상처는 곪아서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올 것이다. 작금의 한국교회가 왜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교회본질을 되찾는 것이 그 답이라 생각된다. 한국교회가 스스로 교회본질을 회복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예수 안에서 하나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인천 갈릴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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